[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증시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신용잔고가 역대급 감소세를 보였다. 신용잔고는 신용거래를 한 투자자가 대출을 해준 증권회사에 갚아야 할 기한부 부채다.
신용잔고의 대규모 감소는 증시 하락기에 반등 신호로 여겨지기도 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다만 최근 글로벌 유동성 감소, 미국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현 시점에서 반등 가능성은 증시 안정기·상승기 대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역대급 신용잔고 감소세, 8천476억원 줄어
29일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에 따르면 지난 27일 국내 증시의 신용잔고가 8천476억원 감소했다. 시장은 코로나19 급락 당시였던 2020년 3월 8천768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이후 일일 기준, 신용잔고가 5천억원 이하로 감소한 날은 단 7일(표 참조)이다.
또한 최근 4거래일 간(22일∼27일) 실제 신용잔고 추이는 19조5천308억원, 19조2천161억원, 18조8천919억원, 18조443억원이었다.
신용 감소 요인은 6월 지수 하락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2거래일 전 각각 2306.48, 714.38포인트로 각각 6월간 하락률 14.13%, 20.03%를 기록했고, 2거래일 뒤인 27일 신용잔고가 빠르게 감소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신용거래를 많이 한 담보부족 계좌의 신용 청산으로 해석한다.
담보부족계좌는 개인계좌의 총 자산과 증권사로부터 투자를 위해 빌린 자금의 비율이 증권사가 정한 담보비율보다 낮아진 계좌다. 해당 비율은 각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며 통상 140% 미만이다.
담보부족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1~2거래일 이내에 부족 금액을 채워 넣거나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증권사에서 강제로 반대매매에 나선다. 반대매매는 개장과 동시에 이뤄지며, 전날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으로 주문이 산정된다. 신용 거래를 한 담보부족계좌 내 종목들의 급락이 신용 감소로 이어지는 이유다. 투자자가 신용융자를 갚거나 청산(주식매도)를 하는 것이다.
◆ 신용융자 경고와 바닥론 기대
애초 이 같은 충격에 관한 경고는 있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2일 개장 전 배포한 ‘신용융자 잔고에 대한 소고’라는 주제의 리포트를 통해 “신용융자는 상승 구간에서 탄력을 높이지만 하락 구간에서는 악성 매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22일 기준) 현 지수 대비 20% 이상의 손실이 추정되는 신용융자 순유입 금액은 KOSPI 4.5조원, KOSDAQ 3.3조원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당 유입분들이 이전에 상환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수 고점 부근에서 유입된 금액이 상당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주식시장이 긴축과 경착륙 우려를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추가 하락이 발생하면 매물 압력으로 펀더멘털 훼손 폭을 넘는 하락세를 맞이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리포트 발간 이후 2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가 급락했고, 신용융자 급감이 이어졌다.
앞으로 주목할 점은 신용잔고 비율 수치와 매크로 환경(환율, 이자율, 인플레이션 등)이다.
또한 최 연구원은 이날 “무역분쟁과 팬데믹 시기는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율이 최고치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며 “신용융자 잔고 비율은 주가의 종속변수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포트 작성 당시 시점에선) 코스피의 신용잔고 비율이 약 10% 감소했다”며 “지수가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면서, 잔고 비율 감소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22일 리포트 발간 당시 ‘현재 시가총액을 적용하면 코스피 신용잔고가 2.4조원 가량 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현재 기준 1조4천억원(1조원 감소) 가량 남아 있다.
아울러 최 연구원은 “상환 거래가 늘어날수록 매물 부담이 커지지만 역으로 주가의 저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매크로 환경이 부정적인 만큼 반등 가능성이 낮지만 신용 잔고 부분에서 증시 저점의 신호는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고종민 기자(kj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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