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이영웅 기자] 푸르지오 브랜드를 믿고 선택한 수분양자들이 예상치 못한 1군 건설사의 하자 3종 세트(해수누수·혹파리·곰팡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시행사 측이 제대로 된 설명없이 입주민들에게 분양계약서에 기재된 매도자 대우건설의 이름을 제외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재신고'를 안내, 기존 계약서에 날인된 도장을 지참해 방문하라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시행과 시공을 한 대우건설의 지위가 '단순시공사'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과 하버시티개발이 공동으로 시행, 대우건설이 시공한 입주 2개월 차 부산 신축아파트에서 지하침수와 세대 내 곰팡이, 혹파리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며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이 단지는 해안가와 불과 15m 떨어진 곳에 지어졌으며, 침수가 발생한 지하층은 해수면 아래에 있어 향후에도 해풍과 염분의 영향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다.
21일 이 아파트 입주민에 따르면 '오션시티 푸르지오' 시행사 측인 '하버시티개발주식회사'는 지난주 아파트 수분양자들에게 기존 부동산 거래신고서의 매도인 중 대우건설을 제외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신고 재신고를 안내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하버시티개발 측은 문자를 통해 "기존 당사가 계약자님과 체결한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 분양계약, 부동산 거래신고와 관련해 급히 알릴 사항이 있어 협조를 구한다"며 "계약자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적시에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니, 협조가 어려운 경우에는 당사가 단독으로 재신고를 진행할 수밖에 없으니 양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버시티개발이 밝힌 재신고 사유는 다음과 같다.
하버시티개발은 대우건설과 주택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공동으로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으나, 실제 부지와 완성 건축물의 소유권은 하버시티개발의 단독소유로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분양계약서에 매도인으로 기대된 부분이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시티개발은 "이는 관할 지자체(영도구청)와 협의해 부동산 거래신고를 새롭게 하기 위한 조치"라며 "원만한 소유권이전등기 수행을 위해 계약당사자들이 직접 매도인 중 '대우건설' 표기 사항을 날인해 수정해야 하니 이전등기 신청을 위해 (사무실) 방문 시 계약서에 날인된 도장을 꼭 지참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자를 받은 입주민들은 신축 아파트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한 시점, 매도인 중 대우건설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시행사 측의 안내 문자를 받고 다시 한번 불안에 휩싸였다.
입주민들은 "소유권 등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뭘 고친다는 말이냐", "신고 기간이 지난 15일부터였는데, 문자가 16일에 왔다. 미리 공지한 것도 아니고 1주일 내로 다짜고짜 바꾸라는데 의심스럽다", "대우건설이 공동사업주체지만, 이 문자 내용으로 변경 시 '단순 시공사가' 된다. 딱 봐도 등기는 핑계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천문학적 보수비와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영도구청에 문의한 결과 이는 최초 분양 시 계약된 내용과 분양 이후 소유권 이전 등기를 앞두고 계약 내용이 변경되면서 시스템상에서 이 아파트의 부동산 신고가 되지 않아 재신고가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2주 전 대우건설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최초 분양자 계약 당시 시행사 두 곳인 하버시티, 대우건설이 매도자로 실거래 신고 됐는데 그 이후 두 회사간의 지분이 변경이 있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존등기도 '대우건설과 하버시티'가 아닌 '하버시티'만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 간 지분 변경이 있었는데, 실소유주들이 이전 등기하려고 하니까 기존 신고 내용과 맞지 않아 신고가 안 된다"며 "대우건설 측이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 계약 내용 변경됐기 때문에 기존 계약 해제하고 변경된 내용으로 다시 실거래 신고를 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주택사업개발 시 하버시티개발(하버시티PFV)은 사업자격이 없어 주택사업자 자격을 갖춘 대우건설과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한 것인데, 분양계약까지 양사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나 최근 양사의 '지분'과 공동사업주체 간의 'MOU(업무협약)' 내용이 변경된 것이다.
이에 하버시티가 단독으로 보존등기를 완료하면서 입주민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경우 시스템에 입력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수분양자는 잔금 60일 이내 이전등기를 완료해야 한다.
문제는 지하침수와 혹파리, 곰팡이 발생 등으로 입주민이 고생하고 있는 와중에 이미 신뢰도가 떨어진 하버시티개발과 대우건설이 계약 관계에 있는 수분양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과 투명한 안내 없이 급박하게 부동산 거래신고 재신고를 강요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공시된 대우건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하버시티개발주식회사의 지분 약 29.9%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사업 초기 정영수 대우건설 개발사업실장이 하버시티개발 대표를 겸임하기도 했다. 만약 대우건설이 단순 시공사로 지위가 변경된다 하더라도 심각한 하자를 발생시킨 데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택사업개발 시 하버시티PFV는 사업자 자격이 없어 우리와 공동시행했다"며 "재신고는 행정 절차상 오류정정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이 같은 오류정정 과정과 수분양자에게 안내하는 방식 역시 일반적이지 않고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션시티 푸르지오 인근 G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갑작스럽게 대우건설을 매도인에서 제외하기 위해 도장을 지참하라는 문자로 입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안내 문자로는 상황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설명이 부족해 일단 입주민들을 진정시키고 나름대로 사태 파악에 나섰는데, 중개경력 10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도구청 관계자 역시 "이같이 부동산 거래신고 재신고를 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 아파트 수분양자들로부터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일단 양사 간 발생한 지분과 업무협약 내용 변경에 따른 재신고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두 회사 간 변경된 지분 비율과 업무협약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지자체에서 언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아무리 선의의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해도 왜 부동산 거래신고 재신고가 이뤄져야 하는지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은 엄연히 계약 관계에 있는 수분양자들의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며 "잔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이전 등기를 완료, 계약이 종결되고 나면 책임소재가 매우 불분명해지거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공동사업주체의 부동산 개발에 대한 책임 범위에 따르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사상의 책임은 토지 소유자(하버시티개발)와 등록사업자(대우건설) 간에 체결한 '부동산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과 '공급계약'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해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최근 양 사간 업무협약 내용과 지분의 변경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를 수분양자에 투명하게 알리지 않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A씨는 "매도인에서 시행사 중 한 곳의 이름을 제외하기 위해 도장을 요구하는 일은 업계에서도 매우 드물다"며 "이 경우에는 입주민 개개인에게 문자를 보내고 개인적으로 만나 오류를 정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대표 혹은 입주민을 대표하는 단체와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특히 "재신고 배경은 수면위에 드러나지 않은 두 회사 사이 모종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이들이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설명하지 않은 데에 따른 혹시 모를 피해는 입주민이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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