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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물연대 파업 끝났다는데…하이트진로 물류 파업은 '강대강' 대치


하이트진로 "노조원 추가 고발"…노조 "파업 중단 없다"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지난 14일 정부와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연장에 극적 합의하면서 8일 간의 물류대란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는 여전히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과 사 측이 대치 중이다. 현재 양 측간 물밑교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하이트진로발 '소주대란'의 출구는 쉽사리 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도로 하나를 두고 수양물류 노조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 "같이 살자" 확성기 소리 여전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요란한 소나기가 내리던 지난 15일 오후 2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입구에서는 전날 정부와 화물연대의 대타협 분위기와 전혀 다른 긴장감이 맴돌았다. 노조 측의 확성기에서는 '투쟁가'가 흘러나왔고, 사 측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수백 미터 줄을 지어 이어졌다. 방패를 든 경찰 병력 40~50여 명은 노조원들의 공장 진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지난 3월부터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수양물류 노조는 화물연대 파업중단과 별개로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들 파업과 화물연대 총파업이 더해지면서 최근 편의점과 식당 등 일부 유통채널에는 하이트진로 참이슬 등의 공급이 원활치 못했다.

15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물류차량이 소주를 싣고 진·출입로에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이날 이천공장에서는 하이트진로 측 물류차량 이외에도 편의점과 도매상 차량들도 소주를 싣고 자유롭게 통행했다. 다만 이들 화물차량은 평소대비 3~4배 이상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파업을 진행 중인 노조원 일부가 차량을 서행 운행하는 등 '준법투쟁'을 벌이는 데다, 왕복 2차선 도로 한쪽 편엔 화물차가 일렬로 주차돼 차량 흐름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으로 향하는 로터리부터 공장 입구까지는 진·출입 차량과 주차 된 화물차 등이 뒤섞여 흡사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차를 타고 약 300미터를 이동하는데도 5분 이상이 걸렸다. 1개 차선만으로 양방향 통행이 이뤄지다 보니 가다서다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15일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도매 차량들이 노조 측의 과적단속으로 인해 화물칸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이동 중이다. [사진=김태헌 기자]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하이트진로는 소주 제품을 3교대, 24시간 생산 중이다. 시중의 부족한 물류를 채워넣기 위해 파업 중인 수양물류 이외 다른 화물사와 계약하며 배송 물량을 늘리면서다. 파업초기 30%대까지 하락했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의 출하량은 이날 평소대비 70%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노조 측이 공장 입구에서 차선 1개만을 터 놓고 과적단속을 실시했기 때문에 화물차량 대부분은 적재량의 2/3 가량만 싣고 공장을 나갔다. 1톤 트럭의 경우는 화물칸의 절반도 다 채우지 못했다.

15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수양물류 노조원들이 출하 차량에 대한 과적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 사 측 "불법주차·과적단속으로 물류 지연" VS 노조 측 "최소한의 준법투쟁"

수양물류 노조원들은 차량 화물칸을 일일이 열어 허용 중량을 초과하지 않았는지를 살폈고, 일부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이들 차량을 채증했다. 사 측은 이를 두고 "권한없는 단속"이라고 반발했지만, 노조 측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하이트진로와 노조 측이 여전히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앞서 지난 8일 경찰은 노조원 일부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거나 체포한 상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화물연대 불법 시위 가담자들 중 행위가 엄중하거나 이를 주도한 노조원을 선별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업무방해, 현주건조물침입,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네 차례 고소가 진행됐고 나머지 조합원들에 대한 고소도 검토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천공장과 청주공장 도로에 무단 주정차된 차량에 대해서도 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추가 고발 할 예정"이라며 "이천시청에 불법 정차에 대해 민원을 넣었지만 단속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15일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수양물류 소속 노조원들이 지난 3월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중단됐지만, 이들의 파업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사진=김태헌 기자]

사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노조 측은 '불법'을 자행한 바가 없다고 항변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진수 화물연대 대전지역 하이트진로지부 부지부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불법을 저지른 바가 없고, 오히려 하이트진로가 과적, 위험물차량을 통한 주류 운송을 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 역시 노조원에 대해서만 강경한 대응을 하고, 사 측의 불법에는 눈을 감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5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수양물류 노조원들과 경찰이 도로 하나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또 이 부지부장은 '공장 진·출입로를 막거나, 과적단속을 이유로 출하를 지연 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정말 공장을 통제하려면 모든 노조원 차량이 도로 앞에서 천천히 움직이면 도로가 마비된다"면서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차고지 등이 사라져 이곳에 주차한 것일 뿐이고, 과적한 차량이 도로에 나가는 것을 경찰이 단속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주차 된 화물차량에는 주·정차 위반 단속 과태료 스티커가 여러 장 붙은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진수 부지부장에게 '파업이 언제쯤 끝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왕복 200Km 운송비가 13만원이라면, 이것이 과연 상식적인 것이냐"고 되물으며 "사 측은 수년간 운송비를 동결해 왔고, 지금 우리와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입장을 대신했다.

한편 하이트진로 측은 운임인상은 수양물류와 그 소속 노조가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물류 차질은 계속 될 전망이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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