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이전 근무 형태로 복귀하려는 IT 기업들과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단순히 재택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지만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근무 형태에 따른 회사와 직원들 간 의견 충돌도 눈에 띈다.
IT업계는 그 어떤 곳보다 재택근무를 빠르게 도입했고, 장기간 지속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틈타 더욱 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인 근무 형태를 내놓으며 새로운 방식의 복지로 내세우고 있다.
◆'네카오', 같은 원격근무지만 '온도차'…게임업계는 '재택 끝'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나란히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세부 근무 내용 등을 놓고 회사와 직원 사이 의견 충돌이 빚어지며 진통을 겪었다.
네이버는 주3회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는 형태인 '타입O'와 전면 재택 형태인 '타입R' 중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커넥티트 워크'를 도입했다. 6개월 단위로 이를 변경할 수 있으며, 다만 원격근무 선택 시에도 리더(부서장) 판단에 따라 오프라인 회의가 소집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 역시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원격근무를 골자로 한 새로운 근무제를 시행했다. 주4회 원격근무를 하되 주1회는 장소와 상관없이 오프라인으로 모여 대면근무를 하는 것이 골자다. 원격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처음 몇 개월간은 디스코드, 이후에는 자체 협업툴인 카카오워크를 통해 실시간 음성 연결이 돼 있어야 한다. 오후 2시~5시에는 반드시 일하는 '코어타임제'를 도입했다.
양사가 이러한 근무 체제를 도입하는 과정은 신중했다. 네이버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 형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반영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면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밝힌 직원의 비율은 55% 정도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앞으로도 '일의 본질'에 집중해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의 경우 본래 주1회 대면근무와 상시 음성 연결이 강제됐다. 그러나 근무 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음성 연결이 돼 있어 지나친 간섭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5분 대기조'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또 기존에 없던 '코어타임' 제도가 생기면서 무늬만 유연근무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 발표 하루 만에 세부 사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강제사항을 권장사항으로 완화하고 코어타임도 기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원격근무 체제를 정하는데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은 그만큼 근무 형태가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IT 분야인 게임업계의 경우 대다수 업체들이 전면 출근으로 회귀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은 일제히 이달 초부터 재택근무 체제를 종료했다.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등도 이미 지난달부터 전면 출근 체제로 전환했다. '주2회 재택근무'를 내세운 NHN빅풋과 카카오를 따라 '메타버스 근무제'를 접목한 카카오게임즈의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다.
주요 게임사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전면 재택근무 대신 주3회 사무실 출근 등의 방식으로 제한적으로나마 대면근무를 채택했다. 게임 개발의 특성상 서로 떨어져서 원격으로 근무할 경우 개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넷마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여러 신작들이 재택근무 체제 등으로 인해 당초 출시 일정이 미뤄졌다. 결국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전면 출근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의 경우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워낙 큰 데다가 재택근무 과정에서 개발이 늦어지는 사례가 실제 나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근에 따른 불만이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모습이다. 다만 워낙 오랫동안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전면 출근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최근 일부 게임사들은 재택근무를 내세워 경력 개발자 채용에 나서고 있다.
◆머스크 "회사 출근 싫으면 테슬라 떠나라"…해외서도 갑론을박
근무 형태에 대한 IT업계의 고민은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지난 4월 11일 이후 직원들에게 주2회 출근을 지시했고, 5월 23일부터는 주3회 이상 출근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핵심 개발자들의 퇴사가 잇따르자 결국 이러한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만 애플 측은 미국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이 연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슬라 직원들에게 주당 최소 40시간은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심지어 그는 이에 응하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테슬라를 떠나라"라고 통보하기까지 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는 지구에서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원격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글, 아마존, 메타, 에어비앤비 등 대다수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장기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지면서 이를 바로 되돌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떄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애플의 머신러닝 개발을 이끈 스타 개발자인 이안 굿펠로우가 최근 구글의 계열사인 딥마인드로 이직한 배경에는 이러한 근무 형태 문제가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IT 업체들은 참신하면서도 직원들의 편의를 고려한 근무 형태를 내세우며 직원들을 끌어들이려는 모습이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몰로코는 지난 3월부터 전사 자율 출퇴근제는 물론 무제한 휴가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했다. 야놀자는 상시 원격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재택을 비롯, 근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늘의집' 운영사인 버킷플레이스는 본인의 업무 몰입도가 가장 높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재택근무도 주3일 가능하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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