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쟁점 '쌍방대리'…법원서 직접 증거 못 내놓은 한앤코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남양유업 매각을 두고 홍원식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법정에서 다시 맞붙었다. 이번엔 증인으로 출석한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대표를 두고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였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한앤코가 홍원식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매계약 이행 본안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난 3월 법원의 인사 이동으로 담당 재판부가 변경된 후 증인이 참여하는 첫 공판이다.

이날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인 홍원식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을 연결시켜준 것으로 알려진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함춘승 대표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자신의 예일대 후배인 한상원 대표를 홍원식 회장에게 소개해주면서, 남양유업 매각 계약의 브로커 역할을 한 인물이다.

매각 과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함춘승 대표는 계약 진행 과정에서 양자 간의 인수 조건을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홍원식 회장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쌍방대리' 이슈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홍 회장 측은 주장한다. 함춘승 대표의 제안으로 홍원식 회장이 M&A 법률대리인을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쌍방대리'란 계약 당사자 쌍방의 대리를 동일한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매도인과 매수인의 대리인이 같으면 한쪽의 이익 혹은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수 있어서 통상적인 M&A에서는 금하고 있다.

실제 민법(124조)에서도 대리인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본인을 위해 자기와 법률행위를 하거나 동일한 법률행위에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건인 남양유업 M&A 건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매도인과 매수인을 모두 대리했다.

홍 회장 측 변호인은 함춘승 대표가 한앤코 한상원 대표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 2010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만도' 매각 당시 함춘승 대표가 사장으로 있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 이후 피에이치앤컴퍼니로 따로 회사를 차린 후에도 한앤코의 웅진식품 매각 주관사를 맡는 등 한앤코 M&A 사업과 연관이 많았다는 주장이다.

또 홍 회장 측은 '쌍방대리'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함춘승 대표 증인 심문에서 홍 회장 변호인은 "홍 회장에게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추천하며 한앤코에서 김앤장을 쓸 것이라는 걸 통보했다는 서면 증거가 있냐"고 물었고 함 대표는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 3천억원 가량의 M&A에서 그동안 '쌍방대리'를 서면 동의서도 없이 실행하는 사례가 있냐"며 따져 물었다. 결국 홍 회장에게 정확한 사항을 전달 안해서 이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반면 한앤코 측 변호인단은 홍 회장이 '쌍방대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쪽으로 심문을 끌어갔다. 한앤코 측 변호인은 함 대표에게 "기존 '쌍방대리'와 관련해 홍 회장에게 김앤장이 한앤코 법률대리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함 대표는 "당연히 했다. 한앤코에서도 하고 있다고 말했고 그전에도 쌍방대리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며 "이번에도 이해상충 될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아서 괜찮을 것이라 추천했는데 홍 회장이 응했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또한 김앤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다고 답변했다. 함 대표는 "김앤장에서는 양쪽 자문 사례가 꽤 있었다"며 "그럴 땐 김앤장에서 양 측 자문단의 정보를 내부적으로 벽을 치고 통제를 한다. 김앤장은 이전에 이런 걸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함 대표의 법원 증언이 남양유업 매각 건에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21일 공판에는 계약 당사자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대표가 각각 오후 2시와 4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