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차세대 원전 개발사업으로 주목받아 온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3천992억원이 SMR 기술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원전해체 경쟁력강화 기술개발사업'은 당초 요구금액(5천666억원)보다 약 2천200억원 삭감된 3천482억원 규모로 예타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2029년 발사를 목표로 추진중인 천리안위성 5호 사업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31일 과기정통부와 산업부에 따르면 이 날 오후 열린 예타총괄위원회는 이같은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를 심의, 의결했다.
이 날 예타총괄위원회에서는 이 밖에 내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2천228억원을 투입할 '민관 공통투자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사업(산업부)'과, 내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4천500억원이 투입되는 '뇌과학 선도융합기술개발사업(K-Brain Project)'도 함께 승인했다.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사업은 신청금액 대비 64%, 뇌과학 사업은 55% 수준에서 예타를 통과했다.
반면 '나노융합 2030사업', '정지궤도기상우주위성 사업(천리안위성 5호)', '국가마이크로바이옴이니셔티브' 사업 등은 예타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추진이 어렵게 됐다. 과기부와 산업부가 함께 신청한 '나노융합 2030사업(7천864억원)'은 기존 다른 사업들과의 중복을 이유로, 과기부와 기상청 공동의 '천리안 5호 (5천861억원)'은 탑재체 기술 관련 사유로, 과기부 등 8개 부처가 함께 신청한 '국가마이크로바이옴이니셔티브' 사업(1조1천506억원)은 내역사업 간 연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리안위성 5호는 한반도 기상관측을 담당하고 있는 천리안위성 2A호가 2029년에 임무를 마치게 됨에 따라 이를 승계하기 위한 사업이다. 2023년부터 7년간 위성을 개발해 2029년에 발사, 2039년까지 10년 간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예타심사에서 탈락함에 따라 사업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과기부 관계자는 "천리안 5호에 탑재할 탑재체가 10년전 모델로 기획돼 있어서 예타 심사위원들이 아무리 기존 위성 대체사업이라 하더라도 기술적 진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에 6년간 3천992억원 투입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다양한 전력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차세대 소형원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SMR(Small Modular Reactors, 소형모듈원자로)은 원자로 모듈을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기출력 300 MWe 미만의 원자로를 의미한다. 이번 예타사업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원자로는 모듈당 170 MWe급 SMR이다. 4기를 함께 배치(680 MWe)하면 600 MWe급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2030년대 세계 SMR 시장에서 요구되는 안전성·경제성·유연성을 갖춘 혁신형 SMR을 개발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2028년까지 개발하고 표준설계 및 기술 검증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SMR은 현재 세계적으로 약 70개 이상이 개발중일 만큼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일체형 소형원전 SMART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하는 등 소형원전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우리나라가 보유한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혁신형 SMR 기술을 개발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번 예타 심사에서 전체 사업비 규모가 당초 요구금액보다 약 1천8백억원 삭감된 3천992억원으로 확정된 데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사업의 핵심 목표인 혁신형 SMR의 '표준설계인가획득'을 중심으로 내역사업을 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예타사업에서는 표준설계인가획득에 집중하고, 기술개발과 함께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산업생태계 조성 목적의 내역사업은 별도 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정권교체로 원전수명연장…원전해체 기술개발사업도 축소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원전해체 경쟁력강화 기술개발사업'은 당초 요구금액(5천666억원)보다 약 2천200억원 삭감된 3천482억원 규모로 예타 심사를 통과했다.
국내 원전의 해체는 물론 해외 원전해체시장 진출을 위해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지난 정부에서 기획한 사업이지만 탈원전 정책 폐기를 천명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해체 사업도 영향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과기부에 따르면 예타기획안 수립 당시에는 이번 사업기간(2023년~2030년)내에 10기의 원전이 차례로 가동중지될 예정이었지만, 새 정부 들어 원전 수명 연장 조치 등이 취해짐에 따라 사업기간 내 폐쇄될 원전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번 원전해체 기술개발사업은 2017년 6월에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와 2019년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에 해당하는 노형에 대해서만 해체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한편 이번 분기의 최대 규모 예타심사대상사업이었던 탄소중립기술개발사업은 이 날 예타총괄위원회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탄소중립 관련 연구개발사업은 과기부의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사업(1조9천990억원)'과 산업부의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6조7천290억원) 등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예산 요구금액이 사상 최대규모일 만큼 사업 내용이 방대하고 그만큼 쟁점도 많아서 앞으로도 최소한 2~3개월은 더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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