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몽규 HDC 회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원색적인 비난에 급하게 기자회견을 자청해 두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인수위는 HDC현산을 겨냥,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같은 일이 일어나면 기업은 망해야 한다"며 "HDC현산이 피해자와 성의 있는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두번째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전면 철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로써 HDC현산은 2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이같은 사과가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HDC현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입주예정자의 요구인 화정동 아파트 8개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운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사고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광주 화정동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 가족분의 보상 외에는 국민 여러분께 체감할만한 사고수습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HDC현산은 이같은 기자회견 일정을 불과 1시간30분 전에 언론사에 통보했다. 통상 기자회견은 전날 일정을 통보하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급박하게 진행됐다. HDC현산 관계자는 "전날 밤 늦게 결정된 사안으로 급하게 통보하게 돼 죄송하다"고만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이 인수위의 공개적인 질책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이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을 비롯해 인수위원들은 지난달 29일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인근 주상복합 피해 상인, 입주 예정자 등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HDC현산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인수위원들은 HDC현산의 사고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 사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HDC현산을 질책했다. 원 위원장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난다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위원장은 "현재 시공사와 주변 피해 상인, 수분양자 간에는 피해보상, 건물 처리 등 후속 조치 방안에 대해서 협의가 진행 중이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조속히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성의있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병규 HDC현산 대표이사는 이날 '원 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정치권)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기업의 할 일은 고객의 안전을 보장하고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보존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현재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아이파크 비토'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의 두번째 사과와 함께 전면 철거 후 재시공 카드가 시장의 신뢰회복에 영향을 미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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