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은 당선인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보고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통과 안 시켜주면 국민투표가 두려운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제안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국민투표는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검찰 수사권을 없애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민의힘이 대치하는 가운데, 윤 당선인 측이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자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민들에 직접 물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6월 1일이란 구체적인 시기도 제시했다.
현재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사실상 사문화 된 상태인데, 인수위 측은 문제가 된 투표인 명부 관련 부분을 개정안을 통해 정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민의힘도 당선인 측이 꺼내든 검수완박 국민투표에 대한 입법 보완을 검토할 태세다.
◆선관위 "위헌 결정 국민투표법 개정 전엔 불가능"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 제안대로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려면 '위헌' 결정을 받은 현행 국민투표법 개정이 첫 번째로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아이뉴스24 질의에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고,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4년 국민투표법 14조1항이 '재외국민 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헌재가 당시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명했지만 국회의 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아 2016년 1월 1일부터 7년째 효력을 상실한 상태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 사전투표 및 선상투표제도 도입 등 국민투표절차 개선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의견을 2017년 10월 17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검수완박을 강행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점한 상황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선관위 관계자는 "설사 6월 1일 전 법 개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재외선거 국민투표의 구체적 방법은 물론, 지방선거와 국민투표의 동시실시가 가능한지까지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검수완박이 국민투표에 부칠 만한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헌법 제72조에서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적으로 개별 정부부처의 경우 특정 법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관 대 기관, 기관 대 민원인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법제처는 제3자적 입장에서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어 결과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하게 된다. 법제처 해석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여러 의견을 검토받은 결과인 만큼 다른 근거 없이 달리 집행했을 경우에는 책임의 문제가 뒤따른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별도의 헌법상 기관이라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법제처 설명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법령해석은 중앙행정기관이 요청하도록 되어 있으나 선관위의 경우 별도의 헌법상 기관이라 규정상으로 법령해석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에서 제외된다"라며 "국민투표법에 대한 해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검수완박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사안인지 여부에 대해 소관 부서인 해석과에서 구체적 논의를 하는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 "국민투표 요구는 혹세무민"…尹측 "선관위, 월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검수완박의 국민투표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투표가 통일 외교·안보에 관한,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들에 대해서 하기로 돼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은 국가 안위나 외교, 통일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며 "국민들을 혹세무민하려한다"고 꼬집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도 비슷한 시각에서 장 실장의 제안을 "우기기"로 평가절하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국가와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의미하는 외교나 군사적 관계인 국방,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할 통일과 같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이라며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제원 실장은 국민투표가 안 된다는 선관위 해석이 '월권'이라며 반발했다. 장 실장은 "선관위는 합의제 기관이다. 정식으로 선관위에 안건을 상정해 결론이 난 것도 아닌데 사무처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월권"이라고 했다. 또 "투표인 명부 문제만 정리하면 입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입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민주당이 통과 안시켜주면 국민투표가 두려운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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