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공수처장 거취 '우회' 압박…"국민적 여론 있다"

인수위, 공수처 중립성·독립성·공정성 비판

공수처 "뼈를 깎는 노력하겠다" 대체로 공감

'공수처법 24조' 독소조항 지적엔 "존립 근거" 맞서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고위공직사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공정성이 매우 미흡해 국민적 신뢰가 바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수처는 이같은 인수위 지적에 대체로 공감했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공수처법 24조'에 대해서만큼은 "존립의 근거"라며 한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공수처와 1시간 반 가량 간담회를 한 뒤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 확보와 관련해서 인수위는 미흡했다 라고 지적하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했고, 공수처도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공수처장 입장 표명 요구 여론 있다"

인수위는 이같은 우려를 들어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거취에 대해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냐'라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이 간사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은 생명선이라고 생각하고 만약 이것이 훼손되거나 의심되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답변했다"며 "이것을 환기하면서 국민적 여론이 있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의 '거취 표명' 언급은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인수위는 부인했다. 이 간사는 "지금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수처가 기대에 너무 미흡했다는 비판이 있고 거기에 대한 책임이 처장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답변에 나선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인수위 측이 해주신 내용을 보고하고 전달하겠다"면서 "자신도 처장을 보조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공수처법 24조 놓고 '우월적 조항' vs '존립 근거'

검찰과 경찰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조항이라고 비판 받고 있는 '공수처법 24조'도 이날 간담회의 화두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이 중복 수사를 할 경우,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조항이다. 윤 당선인은 이를 공수처에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독소조항'으로 보고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간사는 "인수위는 24조 제1항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권은 공수처장의 자의적 행사가 우려되고, 제2항의 공수처의 통보 및 수사 개시 여부 회신 조항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통보기한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반면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 검찰, 법무부, 검찰이 이 조항을 다른 기관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갖게 하는 조항이라고 본 반면, 공수처는 24조가 없으면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운국 차장은 "지난 1년 2개월 동안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미흡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하고 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견제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 "인수위 차원을 넘어 결국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그렇지만 24조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핑퐁수사, 지연수사된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 그런 차원에서 법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인수위와 법무부, 검찰, 경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폐지' 역시 향후 인수위에서 다뤄질 논의의 대상은 아니다. 공수처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는 독립기관인 만큼 폐지에 관한 결정 역시 국회 차원에서 다뤄질 문제라고 인수위 측은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 및 유상범·박순애 위원, 전문·실무위원, 공수처 여운국 차장, 김중열 기획조정관, 채현호 기획재정담당관, 박희건 운영지원담당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