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크런치모드(고강도 근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근무관행이 안정화된 일부 대형 게임사와 비교해 중소게임사 근로자들이 직접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노동유연화를 줄곧 강조하며 주52시간제를 '개선대상'으로 지목해왔다. 윤 당선인은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와 탄력근로 단위 기한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 또는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스타트업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크런치모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크런치모드는 게임 출시와 같은 주요 마감을 앞두거나 급박한 시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관행을 이르는 말이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젊었을 때 주 120시간이 우스울 정도로 휴가도 따로 없이 일했는데, 다시 그게 당연시되는 사회로 돌아가지는 않길 바란다", "업계에서 포괄연봉제 폐지 시도도 얼마 안 됐고 그것도 그나마 정권 영향받아 가능했던 일인데 다시 원상 복귀되는 것 아닌가", "(정규직이 아닌) 프로젝트팀으로 계약한 경우 계약이 종료되면 휴식시간 등 보상 없이 '먹튀' 당하기 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중소게임사 근로자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형 게임사의 경우 노조 설립, 포괄임금제 폐지 등으로 근무환경 시스템을 정착시킨 상태인 데다가, 고급 인력 유치 조건으로 서로 복지 경쟁을 내세우는 가운데 먼저 고강도 근무체계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크런치모드 경험에서 회사 규모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5인 미만 기업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48.3%가 크런치모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크런치 시기 가장 길었던 일주일 노동시간이 61.4시간이라고 응답해 다른 큰 규모 회사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크런치모드 진행 후 휴식이 보장되는 정도에 있어서도 회사 규모가 클수록 보장되는 정도가 큰 것으로도 나타났다.
따라서 규제 완화 이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서 게임 출시를 앞두고 근무시간을 쉽게 지시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크런치모드가 부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큰 게임사의 경우 게임 출시에 맞춰 일정을 늘려 잡거나 인력을 좀 더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작은 회사는 게임 하나의 성패가 곧 그 회사의 존폐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인력 채용이 쉽지 않아 결국 크런치모드로 다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게임 출시가 임박하면 크런치모드를 당연하게 생각했었다"면서 "지금은 크런치모드라고 하면 일단 사람들이 반감을 갖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자체가 큰 변화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게임사 대표는 "이미 현실적으로 스타트업들은 출시가 임박하면 몰아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계속 채용 중에 있지만, 직원 수 늘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업계 인건비도 크게 불어난 상태다 보니 일단 있는 인원들이 조금 더 고생하는 형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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