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야심작' 애플카, 韓 FC-BGA 탑재설 '솔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이 개발하는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에 한국산 플립칩-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이 탑재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 LG이노텍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이노텍이 최근 FC-BGA 시장 진출을 공식화 한 데다 전체 매출 중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국내 한 기판업체와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FC-BGA 기판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C-BGA 기판은 반도체 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고부가 반도체 인쇄회로 기판으로, 자율주행차 완성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FC-BGA는 일본 이비덴·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난야 등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으로, 최근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기, 대덕전자가 FC-BGA 사업을 꾸준히 해 왔던 상태로, 최근 각각 1조원, 4천억원 내외 투자를 결정하며 관련 사업을 더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이전부터 고밀도회로기판(HDI)과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 수익성이 떨어진 품목을 정리하고 FC-BGA 위주로 반도체 기판 부문을 재편했다. 덕분에 'M1' 시리즈 탑재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애플과의 거래도 성사시켰다.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자 LG이노텍도 지난달 22일 FC-BGA에 대한 첫 투자를 공식화하며 시장 진출을 알렸다. 관련 시설 및 설비에 4천13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FC-BGA 사업 담당, 개발 담당 등 임원급 조직도 신설했다.

이 같은 움직임 탓에 일각에선 LG이노텍이 애플과 TF를 꾸리고 이르면 오는 2024년에 공개되는 애플카에 FC-BGA 기판을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해당 부문 후발 주자지만, 기존에 애플과의 관계가 밀접하게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과 최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다.

LG이노텍은 최대 '아이폰' 카메라 모듈 공급 업체로, 애플 핵심 협력사로 불린다. 또 전체 매출 중 애플에 대한 의존도도 상당히 높다.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해 애플과의 거래로 11조1천92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전년 6조4천618억원 대비 73% 늘어난 규모로, 애플의 매출 비중은 전년 68%에서 지난해 75%로 더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것도 결국 애플 공급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FC-BGA 반도체 기판 사업을 키워 매출 편중을 벗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결국 애플에 대한 매출 편중이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선 LG이노텍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기판 플립칩(FC)-칩스케일패키지(CSP) 등 납품 이력이 있는 만큼, 애플용 FC-BGA를 제공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애플카에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이 탑재될 가능성도 높아 FC-BGA도 함께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일본, 대만보다 상대적으로 FC-BGA 시장에 늦게 진출했지만, 빠른 기술 개발과 납기 대응 속도 때문에 애플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한국 전장업체와 기판 기업 여러 곳을 물색해 조만간 최종 SCM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LG이노텍이 아닐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LG이노텍이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해 FC-BGA에 대한 경쟁력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LG이노텍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기본적으로 멀티 벤더를 추구하는 회사인 만큼, FC-BGA 부문에선 협력사를 다변화하는 전략 차원에서 일본 이비덴의 비중을 줄이고 삼성전기, LG이노텍 등과의 거래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애플이 애플카와 관련해선 삼성전기, LG이노텍이 아닌 대덕전자와 이를 논의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