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급증에 손 든 정부, 3월부터 확진자 가족 격리 제외

[아이뉴스24 이정민 기자] 오는 3월 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동거 가족은 자가격리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체계를 개편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에도 가족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더라도 자가격리되지 않고 수동 감시만 받게 된다. 또한 감시해제까지 PCR(유전자 증폭)검사는 한 번만 받으면 된다. 이 마저도 강제 사항은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5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개편된 코로나19 확진자 동거인 관리 체계를 발표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브리핑 자리에서 "3월 1일부터 확진자 동거인은 예방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격리 의무가 면제된다"며 "10일 간은 수동 감시 대상으로 전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동 감시란 별도 행정명령 발동 없이 보건소에서 감시 대상자에게 권고사항 등을 안내하고 지속적으로 준수해줄 것을 요청하는 형태다. 권고사항 내용은 △3일간 자택 대기 △이후 외출 자제 △외출 시 KF94 마스크 상시 착용 △고위험 시설 방문 제한 등이다.

방역당국은 보건소가 방역관련 조치들을 안내하고 검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격리에 행정적 의무가 부여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반해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수동 감시 대상자는 가족의 확진 판정 날부터 3일 이내에 PCR 검사를 한 번 받을 것이 권고된다. 또한 7일 차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 역시 의무사항은 아니다.

기존 지침에선 예방 접종 미완료자(2차 접종 이후 90일 경과·3차 미접종)는 가족이 확진될 경우, 의무적으로 7일간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다. 또한 격리 해제 전까지 두 번의 PCR 검사를 받았다.

이번 방역체계 개편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급증한 확진자를 모두 돌보기엔 보건소의 행정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6만5천890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 들어 연일 16~17만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격리 대상자를 분류하는 업무에 대한 부담도 급증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진자 한 명당 관리가 필요한 동거인은 최소 2.1명"이라며 "확진자가 5만명이라면 관리해야 하는 동거인은 10만명이 넘어가 이 부분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계치 도달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확진자 관리에 지연을 초래할 정도로 행정 부담이 커졌다"며 "확진자 치료가 늦어져 중증으로 진행되는 걸 최소화해야 했다"고 이번 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미접종자의 격리 면제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사회 확산을 막는 것보다 환자를 제때 치료해 중증 진행을 방지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완전히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