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21일 TV토론서 "韓 기축통화국 가능성 매우 높다" 발언
이준석 "가슴이 웅장해진다", 윤희숙 "똥볼 중 최고치"…비판 이어가는 국힘
전문가 "원화, 준기축통화 가능성 있어…장기적으론 고려 가능"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우리나라도 기축통화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TV토론에서 던진 해당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기축통화와 준기축통화를 구분하지 못해 생긴 해프닝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비판하며 '경제전문가'로서의 이미지에 흠집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준기축통화 지위에는 도전할 수 있다며 이 후보의 발언 자체에만 매몰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회에서 자신의 '국채발행 확대를 통한 소상공인 피해지원' 정책을 공격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반격하기 위해 해당 발언을 꺼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기축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공보단은 즉각 입장을 내고 "이 후보가 언급한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은 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경련은 원화가 준기축통화로 여겨지는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SDR은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을 말하는데 필요할 때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의 5개 통화와 교환할 수 있다. SDR 바스켓은 달러(미국), 유로(유럽연합), 위안(중국), 엔(일본), 파운드(영국)로 구성돼 있는데,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은 우리 원화도 SDR 바스켓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2일에도 이 후보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허정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SDR은 외환위기 등에 처할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리지 기축통화가 아니다"며 "이런 무지함의 바탕 때문이었는지 그동안 일관되게 국가 재정을 이용한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면서 '우리 국가재정은 튼튼하고 국가부채비율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해 왔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라며 "이제보니 기축통화가 뭔지 몰랐던 것이다. 똑똑한 고등학생도 아는 경제상식도 모르고 대선후보라는 이가 이제껏 국가 재정을 망치자는 주장을 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 발언의 근거를 제공한 전경련 역시 이날 "원화가 SDR에 편입되어도, 국가 재정 건전성 문제는 거시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편입되었다고 해서, 원화 베이스 국채수요가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야만, 국제 지급․결제 기능을 갖춘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발언 자체는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인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장기적으로는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최근 국제 경제가 미국 1극체제를 벗어나 다극체제로 가면서 위안화, 엔화 등 다른 화폐의 가치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다극적 기축통화 체제에 대한 구상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을 놓고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채발행을 줄여야 한다'는 근거로 쓰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며 발언 자체에 매몰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역시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무리지만, SDR편입은 도전해볼 수 있다"며 "한국이 무역 세계 7위국이고, 세계 거래에서 달러의 비중이 축소되는 만큼 SDR 편입을 통한 준기축통화의 지위는 추진해볼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대선후보들은 기축통화 국가의 부채비율과 비기축통화 국가의 부채비율이 결정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가 적정 부채비율인지 정해진 바는 전혀 없다"며 "정치가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할 빚은 가계부채다. 더이상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가계와 자영업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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