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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판매점도 싸게 팔지 말라"… 아이스크림 가격 올리는 '가격정찰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수 지난해 4000개 이상 '껑충'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빙과업계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 도입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업계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전국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수는 2017년 880여개에서 2018년 1천800여개, 2019년 2천200여개, 2020년 3천600여개, 2021년 4천개 이상으로 빠르게 늘었다.

무인 아이스크림가게는 24시간 종업원 없이 소비자가 직접 계산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매장으로, 최근에는 주요 상권뿐 아니라 거주지에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소재지 역시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가격은 보통 바 아이스크림은 300~400원, 튜브형(쭈쭈바)은 400~500원으로 시세보다 매우 저렴하다. 빙과업체로부터 상품을 대량 구입해 도매가를 낮추고, 가게 운영비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모습 [사진=뉴시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모습 [사진=뉴시스]

문제는 무인가게의 가격 정책 때문에 빙과업계의 가격정찰제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는 빙과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해당 제도는 판매처별 아이스크림 가격이 달라 커진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빙과업체들이 추진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 가격을 믿지 못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10년 정부가 오픈 프라이스(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제도)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에 따라 유통의 최종 판매자가 아이스크림 판매가격을 결정하면서 공식적인 아이스크림 가격이 없어진 것이다.

당시 정부는 최종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면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아이스크림 구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불과 몇년 만에 80% 세일하는 아이스크림 할인전문점까지 생겨났다.

아이스크림 온라인 판매 모습 [사진=옥션]
아이스크림 온라인 판매 모습 [사진=옥션]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가격을 가지고 경쟁하는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신흥강자로 등장한 무인 아이스크림가게는 가격이 판매의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격정찰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빙과업체가 수년째 정찰제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해도 실제 시행되는 제품 수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실제 빙그레는 지난 2018년 '투게더'와 '엑설런트'에 가격정찰제를 시행했고, 이듬해 '붕어싸만코'와 '빵또아'도 정찰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가격 정찰제 적용에 나섰다. 롯데제과는 월드콘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기존 1천500원에서 1천원으로, 설레임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1천500원에서 1천원으로 조정한다. 롯데푸드는 구구콘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1천500원에서 1천원으로 조정한다.

겉으로만 봐서는 가격 인하로 보이지만, 실제 매장에서 월드콘과 설레임, 구구콘 등은 정가의 50% 수준인 800원에 판매돼 왔다. 소비자 체감으로는 800원에서 1천원으로 가격이 200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제대로 지켜질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채널에 제품을 넣어야 하는 빙과업체는 사실상 '을'에 가깝기 때문이다. 과자·라면과 달리 아이스크림은 쉽게 다른 업체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어서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정찰제가 워낙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상 품목을 극히 일부로 제한하고 있다"며 "할인 안 하고 정가 받자고 하면 '해당 물품 안받는다'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누가 나서겠냐. 일단 채널에 입점하는 게 중요하니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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