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텃밭이자 윤희숙 전 의원의 사직으로 공석이 된 3·9 재보선 서울 서초갑 후보 자리를 놓고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당내 경선(10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섯 명의 후보 중 누가 본선행 티켓을 쥐고 원내 입성 교두보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초갑 경선 후보자는 이혜훈 전 의원·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전희경 전 의원·정미경 최고위원·조은희 전 서초구청장(가나다 순) 등 5명이다. 당초 10명이 서초갑에 도전장을 냈지만 공관위 회의 과정에서 절반으로 압축됐다. 경선은 10일 하루 동안 실시하며, 당원 선거인단 투표·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 50%씩 합산해 최종 득표율을 산출할 방침이다.
우선 이혜훈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서초갑에서 3선(17·18·20대)을 지낸 야권의 경제통이다. 윤 전 의원이 서초갑에 전략공천된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컷오프(공천 배제)됐고, 서울 동대문을로 선회했지만 낙선했다. 2년 만의 복귀를 노린다.
이혜훈 전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 최악의 실패는 부동산과 세금, 최대 피해자는 서초 주민이다. 58%가 종부세를 낸다"며 "초선은 1년이 지나도 이런 일의 해결이 불가능한데 중진 경제통이자 국회 실적을 낸 제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8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종부세 세대별합산과세를 인별합산으로 바꾸는 등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냈고, 헌법재판소가 똑같은 판결을 내주는 바람에 종부세 6천342억원 환급의 1등 공신이 됐다"며 "당선되면 첫날부터 능숙하게 일할 수 있다. 오는 7월부터 부동산 세금 고지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골머리를 앓지 않기 위해서는 중진 경제통인 제가 서초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옥현 전 차장은 1979년 국정원 전신 중앙정보부에 입부, 2012년까지 약 33년간 재직하며 국정원장 비서실장·해외정보국장·제1차장 등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다. 21대 총선 때 서초갑 당협위원장직에 있었지만 역시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되며 출마가 무산됐다.
전 전 차장은 통화에서 "시기적으로 안보가 위중한 만큼 제가 이 지역의 제일 적임자다. 33년간 깨끗한 공직생활을 하며 국가 검증도 받았다"며 "지역 현안은 부동산 정책과 종부세·양도세 등 세금 문제인데 윤석열 대선후보 공약에 보조를 맞추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공약으로는 "반포 한강변을 세계적 야경도시로 만들고, 낙후된 방배 카페거리와 서래마을을 현대식으로 보강할 것이다. 고속터미널역과 이수역의 거리가 멀어 방배 일대 거주민이 불편을 겪는데, 중간에 역을 하나 만드는 것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전 서초갑 당협위원장인 전희경 전 의원은 1975년생(만 46세)으로 후보군 중 가장 젊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20대 국회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친여 성향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저격수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전 전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 당이 내려보낸 당협위원장으로서 준비를 많이 해놨다"며 "정권교체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질 텐데, 저는 민주당을 이길 수 있는 실력과 젊은 패기를 가진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초는 무엇보다 재산세·양도세 등 세금폭탄이 문제"라며 "구민들이 재산권 침해 수준에 이르는 문제를 많이 겪고 있는데, 법 개정과 부동산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서초는 교육에도 관심이 높은데, 교육 환경은 외화내빈이다. 밖에선 강남권이라고 하지만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며 "국회 교육위원 활동한 경험이 학부모들의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검사 출신으로 경기 수원 지역 재선(18·19대) 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원내부대표 등을 거쳤다. 21대 총선에서는 경기 수원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지난해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정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구민들을 만나면 모두 세금, 부동산 문제를 정상적으로 돌려놓아달라고 한다"며 "이번에 당선되면 3선이다. 상임위원장을 할 수 있으니 법안과 예산을 제대로 다룰 수 있고 당 지도부이기도 하다"며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어 "대선과 같이 가는 보궐선거라 대선에 도움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며 "결국 지도부에 있는 사람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며 "지역 당면 과제 해결부터 윤 후보와 같이 가며 당 통합, 야권 단일화 문제까지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은희 전 구청장은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대통령 문화관광비서관과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정무부시장을 거쳐 2014년과 2018년 민선 6·7기 서초구청장을 지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었지만 서초갑 재보선 출마를 위해 당 지도부 만류에도 자진 사퇴했다. 이와 관련해 공관위는 경선에서 조 전 구청장에 대해 5% 수준의 페널티(벌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조 전 구청장은 통화에서 "직전 또는 2년 전까지 당협위원장을 하신 분도 있고, 12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신 분과 최고위원도 계셔서 결과는 내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며 "천신만고 끝에 경선에 참여하게 된 건 구민의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 당원에게 꾸준히 전화를 드리며 응원과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서초갑 경선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후보 전원이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지는 여성(이혜훈·전희경·정미경·조은희)·정치신인(전옥현) 가산점 10%를 적용받는다. 5% 페널티를 받는 조 전 구청장을 제외하면 네 후보는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현 지역위원장 이정근 당 미래사무부총장을 서초갑에 공천했다.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한 후보는 본선에서 이 부총장과 격돌하게 된다.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인 만큼 경선만 넘어서면 사실상 원내 무혈입성이 예상된다. 이 부총장은 21대 총선에서 서초갑에 출마했지만 득표율 36.90%(2위)로 낙선했다. 득표율 62.60%을 기록한 윤 전 의원과는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격차였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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