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인데…설 자리 없는 K-팹리스


세계 10위권에 전무…반도체 공급난까지 닥쳐 '설상가상'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세계적으로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이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대만 업체들이 팹리스 시장을 장악하는 사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높은 초기 비용,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1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한국 팹리스 점유율은 3% 수준으로 미국(68%), 대만(16%), 중국(13%)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팹리스 점유율을 봐도 미국은 10위권에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6곳 대만은 미디어텍, 노바텍 등 4곳이 들었지만 한국은 한 곳도 들지 못했다.

SK가 선보인 '사피온 X220' [사진=SKT]

중기부는 한국 팹리스 기업이 2009년엔 200개 이상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150개에 그쳤다고 추산했다. 인공지능(AI), 5G 기술 확대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중요도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팹리스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팹리스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안정적인 판로확보도 어려워 국내 기업 수가 감소 중"이라며 "영세성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촉발된 반도체 공급난 국내 팹리스 업체들에 치명타가 됐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에 생산 주문이 몰리면서 한국 팹리스들은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작아 물량이 적다보니 반도체 생산을 맡겨도 우선순위에 밀리고 그마저도 대형 파운드리들은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수익을 보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팹리스 시장이 몇 년전보다 더 위축된 분위기"라며 "팹리스 경쟁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국 시스템반도체는 성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팹리스의 생산 발주, 사업화 자금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중기부는 여러 팹리스가 공동으로 발주하는 '묶음발주'를 올해 도입하며, 5억원에 그치던 팹리스 창업 지원금을 10억원으로 상향키로 했다.

반도체 업계는 SK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에 본격 가세하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SK는 미국에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을 세우고 이를 위해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800억원을 공동 투자키로 했다. SK텔레콤이 앞서 사내 AI 반도체사업 부문을 떼어내 독립시킨 신설 법인 사피온코리아는 사피온의 자회사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 사업을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투자 업계, 반도체 인재들이 다른 한국 팹리스도 주목하게 되면 좋겠다"며 "국내 팹리스 생태계가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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