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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장에 부는 춤바람…코트 달구는 '의정부 나이트'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KB손해보험의 안방 의정부체육관은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의정부 나이트'로 변모한다. 노란색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팬들은 응원가에 맞춰 같은 동작의 춤을 선보이며 코트에 열기를 더한다. 진정으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V리그 원년부터 경상북도 구미를 연고로 하던 KB손해보험은 2017-18시즌을 앞두고 의정부로 둥지를 옮겼다. 이곳에 정착한 지 5년여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구단을 향한 팬들의 충성도는 타 구단에 밀리지 않는다. 실제 집계되는 관중 수는 높지 않을지언정 일당백 존재감을 뽐내는 팬들이 있기에 그 어느 구장보다 열기는 뜨겁다.

KB손해보험의 열성팬 이남정(왼쪽)씨와 정미란씨. 이들은 매 경기 홈구장을 찾아 남다른 춤실력을 보여주며 '의정부 나이트'를 즐긴다. [사진=KB손해보험]

KB손해보험도 팬들이 마음껏 배구를 즐길 수 있도록 2층 좌석을 스탠딩석으로 지정했다. 서로 눈치 보지 말고 춤을 추며 선수들을 응원해달라는 의미였다.

최근 의정부체육관에서 만난 KB손해보험의 열성팬 이남정(45)씨와 정미란(39)씨 역시 배구장에서 춤바람이 난 대표적인 케이스다.

KB손해보험이 의정부에 오면서 연을 맺게 됐다는 이들은 구단과 선수들을 통해 '배알못'에서 '배잘알'로 거듭났다.

이남정씨는 "KB손해보험이 의정부에 오기 전까지 배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중계방송으로도 접한 적 없다"면서 "우리 동네에 배구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배구장을 가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의정부 나이트'의 중심에 있는 이 둘은 춤을 통해 배구를 더 즐기게 됐다. 정미란씨는 "원래 춤추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녀들이 내가 춤추는 걸 부끄러워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배구 시즌에는 이만한 다이어트가 없다"고 웃음을 보였다.

KB손해보험의 열성팬 정미란씨는 응원에 몰두하다 다리에 멍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그에게는 영광의 상처다. [사진=송대성 기자]

그는 응원에 심취해 격하게 춤을 추다 다리에 멍이 드는 일도 심심찮게 겪고 있지만 오히려 영광의 상처로 받아들이는 경지에 다다랐다.

이남정씨 역시 "우리가 나이트를 갈 수 있는 건 아니니 여기서 (춤을 추며)스트레스를 푼다"라며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면 정말 살이 빠져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KB손해보험이 의정부로 온 순간부터 이들에게 배구는 삶의 일부가 됐다. V리그가 개막하면 개인 약속도 홈경기 일정을 먼저 살펴본 뒤 결정한다.

정미란씨는 "코로나19 부스터샷 접종일도 경기 날짜를 고려해서 맞았다"라며 "내 모든 일정에서 최우선 고려 대상은 KB손해보험의 홈경기다. 배구장에 오는 게 제일 재밌는 일과다"라고 구단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팬들이 응원하는 팀의 3-0 승리를 바라지만 이들은 달랐다. 가장 바라는 것은 3-1 승리다. 승점 3을 챙김과 동시에 자신들이 응원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정미란씨는 "3세트에서 끝나면 아쉽다. 하지만 5세트는 승점이 적으니 싫다. 4세트가 딱 좋다"고 말했다.

원정 경기도 선수들과 함께하는 KB손해보험 팬들(상단).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열릴 때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이남정, 정미란]

KB손해보험의 봄배구 진출을 바라는 것도 더 많은 응원을 하기 위함이다. 이남정씨는 "홈경기가 적은 게 아쉽다. 쉬지 않고 응원할 수 있으니 경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며 "봄배구에 진출하면 선수들도 좋고 팬들 역시 경기장을 더 자주 찾을 수 있으니 좋다. 봄배구도 길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원정 응원도 마다하지 않고 비시즌 기간에도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애정을 보이는 이들에게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이다.

이남정씨와 정미란씨는 "팀이 연승을 하던 연패를 하던 우리는 똑같이 응원할 것"이라며 "코트에서 선수들이 즐기는 모습만 봐도 만족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코트에서는 '흥부자'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가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KB손해보험. 코트 밖에서는 춤바람 난 팬들이 있기에 '의정부 나이트'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다.

KB손해보험의 열성팬 이남정(왼쪽)씨와 정미란씨. 이들에게 배구는 삶의 일부가 됐다. [사진=KB손해보험]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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