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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한다더니"···소액주주 뒤통수 치는 상장사들


올해 자사주 취득 기업 119개사···소각은 32개사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던 상장사들이 처음 발표한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말로 접어들면서 임직원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자사주 매입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기 보다는 일시적인 주가부양이나 기업 내부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매입할 때부터 소각까지 이어지는 합리적 주주환원정책이 정착돼야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기업은 119개사로 집계됐다. 반면 소각 결정을 한 기업은 32개사에 불과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정소희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기업은 119개사로 집계됐다. 반면 소각 결정을 한 기업은 32개사에 불과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정소희 기자]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67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임직원 성과급 지급을 명목으로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발표한 상장사는 총 26개사로 약 39%에 달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직접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뜻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엠게임은 임직원 상여금 지급을 위해 약 63억원 규모의 보통주 53만5천주를 처분하겠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총 발행주식 수의 약 2.74%에 해당하는 규모다. 엠게임이 보유한 자기주식계좌에서 상여금 지급 대상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KT(438억원), 대신증권(42억원), 에이치시티(14억원), 옵트론텍(7억6천만원) 등이 자사주 처분을 공시했다. 해당 기업들의 처분예정 주식수는 총 발행주식 수의 각각 0.55%, 0.68%, 1.25%, 0.41%다. 해당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 방식은 임직원 개별계좌로 자사주를 입고하는 방식이다. KT는 위탁투자중개업자인 NH투자증권을 통해 자사주를 장외처분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들어 전날까지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한 상장사는 무려 119개사로 집계됐다. 또한 자사주 매입 예정 금액만큼 실제로 주식을 취득한 기업은 34개사에 그쳤다. 전체의 약 28.57%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식 소각을 결정한 상장사는 32개사에 불과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신호를 주식시장에 보낼 수 있어 통상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까지 진행하지 않으면 언제든 해당 물량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기업의 순이익은 그대로지만, 발행주식 총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 1주당 순이익이 증가하는 셈이다. 또한 발행주식 총수가 감소해 시가총액이 줄어들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진다. 가격 대비 기업가치가 부각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자사주 매입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매입할 때부터 소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사주를 매입한 다음에 소각으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지 않고, 오히려 회사 계정에 머무르고 있다가 시장에 풀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이렇게 되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정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강제하지 않아도 자사주를 매입하면 소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관행적으로 굳어져 있어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서도 외국처럼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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