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틈틈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외산폰 업체들은 그간 한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만큼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 진출 움직임이 꾸준히 감지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모토로라, HTC 등이 한국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구글, 발뮤다 등 새롭게 진입하는 업체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모토로라다. 모토로라는 국내 시장 철수 10년여 만에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대표이사에 김윤호 한국레노버 대표를 선임하고 국내 사업 재개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모토로라코리아에 한국인 대표가 취임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김 대표 선임 이전까지 모토로라코리아에 대표이사직은 없었다.
신제품 출시를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모토로라는 지난 8월과 9월 국립전파연구원에 최근 출시한 '모토 G50 5G'와 '에지20라이트 5G' 전파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파인증을 완료한 스마트폰은 1~2개월 내 시장에 정식 출시된다.
모토로라는 2000년대 중반 플립폰 '레이저'를 앞세워 한때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서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스마트폰 전환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며 사업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1년 사실상 국내 조직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 LG전자가 강세를 보였던 북미와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도 국내 시장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8월 서울에서 근무할 픽셀폰 무선팀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선 바 있다. 캐리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수석 엔지니어, 모뎀 및 엔지니어링 매니저, 기술 계정 관리자 등이 대상으로, 모두 통신사와의 협업을 필요로 하는 직군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16년부터 직접 설계, 제작한 스마트폰 '픽셀폰'을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는 내놓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도 '픽셀6'와 '픽셀6 프로'를 선보였지만, 국내 출시는 없었다.
대만 HTC가 국내 시장에 재진출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HTC도 지난 9월 국내 이동통신사 등을 상대로 영업과 사업 개발을 담당할 전담 인력을 채용했다. 채용 직무는 사업개발과 세일즈 매니저다.
HTC는 지난 2006년 휴대폰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1년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 부진으로 2012년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일본 주방가전 기업 발뮤다도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 뛰어들며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뮤다는 지난달 자사 첫 스마트폰 '발뮤다 폰'을 출시했다. 시장에선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지만, 발뮤다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한국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라오 겐 발뮤다 최고경영자(CEO)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스마트폰은 일본 국내용이지만, 향후 발뮤다 브랜드가 강한 한국 등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발뮤다 가전은 비싼 가격에도 디자인과 성능을 내세워 시장을 키우고 있다. 특히 발뮤다의 전체 매출액 중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지속해서 공략하고 있는 곳은 샤오미다. 샤오미는 올해만 해도 3월 '레드미노트10'에 이어 8월 '레드미노트10' 5G 모델, 11월 '레드미10'을 국내에 출시한 바 있다.
샤오미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샤오미는 점유율 13%로 삼성전자(20%), 애플(14%)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1%도 안 되는 점유율로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샤오미의 의지는 강하다.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지난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샤오미에게 굉장히 중요하며,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시장"이라며 "올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 채널을 넓히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제품을 들여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외산폰 업체들이 꾸준히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지만,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철수하면서 빈자리를 노리는 업체들이 많지만, 이마저도 삼성전자가 공백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분기(71%) 대비 14%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3분기 애플과 LG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12%, 2%로 전 분기 대비 각각 5%포인트, 9%포인트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의 점유율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폰들이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리는 듯하나, 수요는 계속해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혁신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을 뺏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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