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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드사에 드리운 '관치금융' 그림자…언제쯤 걷히나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카드사의 카드수수료를 법으로 정하는 건 은행의 예금이자를 법으로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카드사가 마음대로 수수료를 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카드수수료를 3년마다 의무적으로 낮추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단 겁니다."

카드업계에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적격비용재산정제도'에 따라 카드 수수료를 조정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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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가맹점을 위한다는 카드수수료 인하가 왜 관치금융의 폐해로 지적되는 것일까. 답은 업계와 정책당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정책당국은 금융사가 공공기관이 아닌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 즉 '사기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제조업이 물건을 제조해서 이윤을 남기듯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자산을 관리함으로써 받는 수수료 등으로 이윤을 남긴다. 카드사는 지급결제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남기는 금융회사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에서 기업의 이윤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한 행위일까. 제조업체의 물건가격을 정부가 정해주지 않는다. 기업이 지나치게 가격을 높여 시장 질서를 흐리고 소비자의 피해를 불러온다면 마땅히 정부가 관여해야 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임에도 기업에 물건 가격을 낮추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2년 전 카드사 수수료는 일반가맹점 기준 4.5%에 달할 만큼 높았다. 조정이 필요했고 그간 13차례의 조정을 통해 현재 1.97~2.04%로 절반 정도 인하됐다. 영세가맹점은 0.8%의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가맹점주와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개입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적격비용재산정 제도'를 통해 3년마다 수수료를 낮추도록 법제화했다. 카드사는 3년 마다 카드 수수료를 조정할 의무가 있단 것이다. 과연 정부가 사기업의 이윤에 개입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업체에 물건 값의 상한선을 정할 수 없듯 카드사에 수수료 한계선을 강요할 수는 없다.

시장이 위축돼 수익성이 줄어드는 것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사기업이 거둘 이윤의 한계선을 정한다는 건 지나친 개입의 우려가 있다.

정부가 가맹점과 영세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싶다면 적어도 카드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며 요구하는 동등한 위치에서의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입법과 판단의 권한이 있는 정책당국이 열린 태도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란 사실 불가능하다.

사전적으로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해 왔다.

1961년 군사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 제정과 '한국은행법' '은행법' 개정을 통해 금융을 완전히 행정부에 예속시킴으로써 금리 결정, 대출 배분, 예산과 인사 등 금융의 역할에 간여해왔다. 1980년대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 조치법'이 폐지되고 시중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졌지만 감독권 등을 통해 여전히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은행 인사와 대출에 관련된 사항을 자율화하는 등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금융정책을 펴 관치금융의 폐해를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다고 호소한다. 은행 인사와 대출이자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카드사의 수수료 이익에는 여전히 관여한다. 그것도 3년 마다 낮추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 따르지 않으면 위법이 된다.

전 세계에서 카드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가 공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면 노동조합의 발언처럼 차라리 카드공사를 세우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사기업은 사기업일뿐 공기업이 아니다. 이번 카드수수료 재산정에서는 적어도 정책당국이 열린 태도로 테이블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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