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전통 도료 '옻칠'이 기능성 고분자 소재로


‘CROSS: 과학자와 예술가의 옻칠탐험기’ 전시회 열려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5천년 역사의 전통도료 '옻칠'이 최근 친환경 기능성 고분자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색깔과 내구성, 항습·항균성 등 도료로서의 뛰어난 특성과 천연 소재라는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고급 마감재로는 물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소재로서의 활용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옻칠의 활용분야를 확장하는 것은 우리 전통문화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옻칠의 산지별 성분 분석에서부터 기능성 부여를 위한 성분 조절, 성분에 따른 물성 분석 등 옻칠을 첨단산업 기술로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옻칠을 첨단산업분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옻칠 특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함께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 기준 마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이상수 박사(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에 따르면 "옻칠은 여러 분야 중에서 우선 배선재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옻칠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지만 첨가제를 활용해 전도성 페이스트로 만들면 옻칠의 다른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조형재료로서의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옻칠을 재료로 음식물 용기를 만들면 방수·방염·방충 기능과 친환경성이 큰 장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차'(전도성옻칠-옻칠지점토, 지천 김은경-KIST 임정아, 이상수 박사 연구팀, 2021.) 경도, 내구성, 접착성 등 옻칠의 장점을 살린 전도성 페이스트로 전극 배선을 그려 굳히면 쉽게 전선이 된다. 안테나, 회로 배선, 스크린 인쇄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 [사진=지천옻칠아트센터]

KIST 연구진(임정아, 이상수 박사)은 최근 광주과학기술원(이은지 교수),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임호선 교수) 등과 함께 옻칠의 산지별 물성 분석, 우루시올(옻칠의 주성분인 유기화합물)의 양에 따른 성능 비교, 정제칠과 생칠 비교, 경화 메커니즘 분석 및 시간단축 실험, 도장 횟수별 성능 비교, 안료 배합 비율에 따른 색칠 성능 비교, 첨가제별 기능성 테스트 등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이상수 박사는 "산지별로 성분을 분석해 보니 생산 수종 및 소재별로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보였다. 어디에서 생산한 옻칠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이 필요에 따라 용도에 맞는 옻칠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옻칠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우루시올의 함량이 높을수록 좋은 옻칠이라고 알고 있지만,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카테콜 지방 분자(우루시올 외에도 락콜, 티치올 등이 있다)의 종류와 함량에 따라 건조시간, 투과도, 접착력, 경도 등 옻칠 막의 물리적 특성이 달랐다.

'온시리즈'.(구조색옻칠-옻칠지점토, 지천 김은경, 2021) 옻칠을 목분, 종이가루 등과 섞어 그 자체를 점토처럼 주물러 기물을 만들 수 있는 성형재로 개발. 일반 지점토와 달리 굳으면 강한 경도와 방수성을 가진다. 구조색교칠은 미세한 나노구조에 의해 특정 색상의 빛 파장을 반사시키는 원리로, 안료나 염료 첨가 없이 빛에 따라 특정 색의 발현이 가능하다. [사진=지천옻칠아트센터]

연구진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지천옻칠아트센터와 공동으로 제작한 공예 회화 작품들의 전시회(‘CROSS : 과학자와 예술가의 옻칠탐험기’)를 오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사동 KCDF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옻칠의 역사를 소개하거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과학적 평가 방법에 기반한 옻칠 성능 지표를 소개하고, 과학자와 예술가가 협업하여 개발한 기능성 옻칠 소재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일반적으로 옻칠이라고 하면 암갈색 빛이 도는 나무 공예품을 떠올리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선을 그으면 전선이 되는 옻칠(전도성 페이스트), 점토처럼 주물러 기물을 만드는 옻칠(옻칠지점토), 빛을 받으면 빠르게 굳고, 굳어도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옻칠(나노옻칠), 특정 색의 빛 파장을 반사하는 옻칠(구조색옻칠) 등 새로 개발된 기능성 옻칠 소재가 소개된다. 지천 김은경 작가(지천옻칠아트센터 대표)가 기능성 옻칠을 사용해 만든 40여점의 공예 회화 작품을 전시한다.

또한 사용 편리성과 보관 효율성을 높인 새로운 옻칠 용기와 거치대, 첨가제를 섞지 않고 100% 생칠로 만든 투명칠, 전통적인 기능성 옻칠 테스트 결과 이상적인 첨가제 배합률로 만든 호칠, 토회칠, 교칠 등이 선보인다.

이상수 박사는 "옻칠에 대한 탐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옻칠이 지닌 전통적 문화콘텐츠로서의 위상을 다시 확인하고 옻칠의 공예/회화로의 다양한 활용을 제안한다. 또한 옻칠은 친환경 고분자 소재의 관점에서 다양한 소재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 분야로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담시리즈, 옻칠지점토, 지천 김은경, 2021 [사진=지천옻칠아트센터]

‘CROSS, 과학자와 예술가의 옻칠탐험기’는 인사동에서 6일간 전시를 마친 후, 경북 상주의 지천옻칠아트센터 갤러리에서 10월 6일부터 연말까지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에 따라 별도의 오프닝 행사 없이, 시간당 한정된 관람객 수만 입장이 가능하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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