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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이준이 IPCC 총괄 저자 “지금 세대, 산업화 수혜자이자 미래 세대의 가해자”


기후변화, 전 세계 함께 대처한다는 ‘기후 정의와 공정 전환’ 중요해

이준이 교수는 IPCC 워킹그룹I의 총괄저자와 종합 보고서 핵심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준이 교수는 IPCC 워킹그룹I의 총괄저자와 종합 보고서 핵심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6차 평가보고서(Assessment Report 6, AR6)의 제1 실무그룹 보고서를 지난달 9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IPCC는 “2018년 특별 보고서를 통해 1.5도 지구 가열화 도달 시점으로 2030~2052년 정도 될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 같은 평가가 최근 10년 정도 더 앞당겨졌고 섭씨 1.5도 상승이 2021~2040년에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PCC는 앞으로 제2 실무그룹, 제3 실무그룹 보고서를 내년 2월, 3월 차례로 내놓는다. 이어 내년 9월에 이미 발간된 특별 보고서 세 편까지 총괄한 종합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이준이 부산대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AR6 제1 실무그룹 총괄 주저자이면서 종합 보고서 핵심 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내년 9월에 종합 보고서까지 마무리되면 기후변화의 현황과 그 심각성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제3 실무그룹보고서까지 공개되면 ‘기후 정의와 공정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이 교수는 바라봤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후변화를 보는 견해가 서로 다른 게 현실이다. 여기에 경제발전을 두고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 정의와 공정 전환’에 대해 IPCC가 내놓을 평가 결과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 세대는 산업화의 혜택을 본 수혜자이면서 현재 기후변화의 피해자이고, 다음 세대에게 더 심각한 피해를 주는 가해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우리 몸의 경우 1도만 상승해도 몸에 균형이 깨진다. 지구도 지금 비슷한 것인가.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모델·지구시스템모델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해 지구 온도 1.5도뿐만 아니라 2도, 3도, 4도 상승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1도 상승이 작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전 지구 평균 연평균 값의 상승으로 지구상에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된 큰 변화이다.

여기에 최근 기후변화는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전례 없었던 가파른 상승세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현재 1.09도 지구온난화 상황에서도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폭염, 폭우, 가뭄 등 극한 현상의 빈도와 강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증가하였다. 지구온난화 1.5도와 2도에 도달하면 지역적 기후변화는 현재 보다 더욱 크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극한(Extreme)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증가하게 된다.”

- 46억년 지구 역사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144년밖에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짧은 기간을 두고 어떻게 전체적 추세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지구 역사에서 다양한 시간 규모의 자연적 기후변화가 발생해 왔다. 인간이 정주를 시작했던 시기(약 1만1천500년 전)부터 생각한다면 현재 지구 기온은 가장 큰 값을 나타내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적어도 3000년 기간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북극 해빙 면적은 적어도 1000년 기간 중 가장 최소 값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하는 것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자연적으로도 그동안 아주 격심하게 바뀌어 왔다. 지난 80만년 기간 동안 10만년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빙하기 때하고 간빙기 때 이산화탄소의 농도에 차이가 있다.

자연적 빙하기와 간빙기 때의 이산화탄소 변화는 약 100ppm 정도이다. 산업화 이전(280ppm)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 육박하고 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년 기간 중 최대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40% 이상 증가했다. 자연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이다. 지금 기후변화는 자연적으로 나타났던 변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제1 실무그룹 보고서 중에서도 주목되는 부분을 들자면 해양 쪽은 앞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지적에 있다. 비극적이라는 것인가.

“중요한 결과 중 하나였다. 지구 시스템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 지면, 대기, 해양, 빙권, 생태계가 포함된다. 해양은 열용량이 무척 크다. 바다는 온도가 상승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식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과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해양보다 대륙이 더 많이 가열됐다. 문제는 해양은 온도 상승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굉장히 깊다는 데 있다. 해양 전체가 지금 깊은 바닷속까지 뜨거워지고 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이산화탄소 증가를 멈추고 탄소 중립을 한다고 해도 바다가 갖는 이런 특성 때문에 지연 효과가 나타나면서 한동안 계속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열팽창과 녹는 빙하 등으로 무엇보다 해수면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장 적게 사용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앞으로 해수면 상승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준이 교수는 “지금 세대는 산업화의 혜택을 본 수혜자이면서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준이 교수는 “지금 세대는 산업화의 혜택을 본 수혜자이면서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구의 주요 도시들이 바다에 인접해 있는 곳이 많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들 도시는 물론 남태평양 도서 국가 등 큰 피해가 발생할 텐데.

“이번 AR6 보고서를 통해 현재를 가늠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각국 정부들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태평양에 있는 도서국들이다. 이미 기후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에 폭풍 등이 겹치면 엄청난 파괴력으로 다가온다. 지구 온도 상승은 누적 배출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미래 변화는 미래 배출뿐 아니라 과거 배출에도 영향을 받는다. 누적 배출량에 비례해 탄소 중립을 이루기 전까지는 계속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는 증가할 것이며,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해수면 상승이 지속할 것이다.

-산업화 이전과 이후 비교를 많이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현재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서 미국과 유럽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등은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이제 우리가 경제발전을 해보겠다고 하는데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중요한 문제이다. 기후 정의와 공정 전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현재 제3 실무그룹에서 다루고 있다. 내년 3월에 이에 대한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지금 기후 정의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이다. 온실가스 규제를 두고 선진국과 다른 나라들의 갈등은 ‘기후 정의’ ‘공정 전환’과 관련이 있다.

제3 실무그룹 보고서가 나오면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지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도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결국, 지금 세대는 산업화의 혜택을 받은 세대이다. 지금 세대는 산업화의 혜택을 본 수혜자이면서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 지구적 문제라는 게 핵심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우리가 함께 해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정책을 만드는 정부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거버넌스는 매우 중요하다. 거버넌스 문제도 제3 실무그룹에서 다루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거버넌스를 만들 때 조직만 덩그렇게 만들 게 아니라 무엇을 바꿔야 하고 어떤 원동력을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각국 정부가 이 측면에서 깊은 고민을 통해 각국에 맞는 조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 국회에서 탄소 중립 관련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로 2018년 대비 35% 이상을 주문했다.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은데.

“IPCC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이 수치는 각국 정부에 이르면 현실이 모두 달라 변경될 수는 있다.

즉 각국 레벨에서 어떻게 상정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 국가 내에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여러 현실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IPCC 제1 실무그룹에서는 전 지구적 측면에서 탄소 예산을 평가했다. 제3 실무그룹에서는 조금 더 지역적 레벨까지 검토하고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

“개개인들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경제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얼마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2018년에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렵 채집하던 시기에는 1인당 하루에 2천~3천 칼로리가 정도의 에너지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화석연료에 기반을 둬 약 20만 칼로리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한테 필요한 에너지가 얼마만큼이고 현명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 십년 동안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계속 이야기해왔다. 이번 6차 보고서 내용이 이전 보고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점은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인간의 영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와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도 중요한데 사회경제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우리 인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인터뷰 동영상 보기(https://youtu.be/2wC0mMrCrPQ)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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