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강력 후보 ‘mRNA’…한 여성 과학자 있었다


카탈린 카리코 헝가리 여성 과학자에 대한 세계적 관심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매년 10월은 ‘노벨상 시즌’이다. 올해는 10월 4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노벨 물리학상(10월 5일), 노벨 화학상(10월 6일), 노벨 문학상(10월 7일), 노벨 평화상(10월 8일), 노벨 경제학상(10월 11일)이 예정돼 있다.

매년 첫 시작은 노벨생리의학상이다. 노벨상은 정해진 것은 아닌데 크게 세 가지 원칙이 있다. 한 우물을 몇십 년 동안 팠고, 그 속에서 일관된 연구결과가 있고, 인류에 크게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mRNA’가 강력한 후보이다. 2019년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공포에 떨고 있다. mRNA 백신이 나오면서 그나마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은 5~10년이 걸린다. mRNA는 이 같은 시간을 줄였다.

mRNA을 연구해 온 드류 바이스만과 카탈린 카리코(오른쪽) 박사. [사진=NBC]

mRNA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헝가리 여성 과학자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박사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mRNA 연구를 이어왔다.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mRNA 연구를 본격화한다. 누구도 관심 없고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던 영역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무관심 속에서 처절하게 외로웠던

카리코 박사는 1980년대에 미국 템플대와 펜실베이니아대(UPENN)를 거친다. 이 시절 카리코 박사는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한다. 연구비를 삭감당하고 연구원 자격조차 위태위태한 길에 놓이기도 했다.

그 사이 건강도 나빠졌다. 연봉이 삭감되고 연구비를 마련하기조차 힘들었는데도 그는 mRNA 연구를 계속 이어나간다. 무관심 속에 처절하게 외로웠던 그는 ‘이 길이 내 길’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연구를 계속한다.

훗날 mRNA가 인정을 받자 카리코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과학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 데이터를 후학들이 이용할 것이다. 앞선 많은 과학자가 한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그들이 이뤘던 것들, 그들을 안아주고 싶다.(Science builds on science, We always built on the people who came before us, and people will use our data. Of course, everything was important that those people did. I would hug them if I could.)”

그는 과학을 믿었다. 앞선 선배들이 해 놓은 길을 통해 지금 내가 걷고 있고, 내가 걷는 길이 후배들에게 하나의 계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신했다.

◆촉매제를 만났던 카리코 박사

구소련권의 헝가리에서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연구성과 때문에 주저앉을 수도 있었다. 힘들고 지쳐있을 때 그에게 ‘촉매제’가 나타났다.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아 불편한 시선을 받는 1997년 그는 면역학자인 MD(의학박사) 드류 바이스만(Drew Weissman)을 만난다.

이때부터 카리코와 바이스만은 늘 ‘한 몸’이었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던 카리코 박사의 연구를 바이스만은 인정했고, 바이스만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하는 길에 접어들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굵직굵직한 mRNA 논문에는 ‘카리코와 바이스만’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중 단연 주목받은 논문은 2005년 국제학술지 ‘면역(Immunity)’에 발표된 논문이었다. 논문명은 ‘톨유사(Toll-like) 수용체에 의한 RNA 인식 저해: nucleoside 수정의 영향과 RNA의 진화적 기원(Suppression of RNA recognition by Toll-like receptors: the impact of nucleoside modification and the evolutionary origin of RNA)’이었다.

과학계에서는 이 논문을 ‘mRNA’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무관심 속에서 철저하게 외로웠던 카리코 박사가 바이스만 박사를 만나면서 마침내 큰 성과에 이르는 과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촉매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2월 UPENN이 올린 mRNA 홍보영상에는 바이스만과 함께 카리코 박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영상에서 UPENN은 “코로나19와 관련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은 mRN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이 기술은 UPENN의 드류 바이스만과 카탈린 카리코 박사가 개발한 mRNA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차현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카탈린 카리코 박사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유력한 후보는 분명한 사실이고 그의 노력은 노벨상을 받을 만큼 누구나 인정하고 충분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차 박사는 “카리코와 바이스만 박사 이외에 mRNA 백신이 탄생하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화이자나 모더나 등에 있는 연구원 혹은 기여자)이 또 있을 수 있다”며 “카리코와 바이스만의 기여도를 몇 대 몇 등 숫자로 정량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mRNA 백신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부사장으로 있는 카리코 박사에게 이메일 인터뷰 질문지를 최근 보냈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 대해 “현재 나는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 돼 모든 관심을 해당 임상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At present I am overwhelmed with work and would like to focus on those clinical projects with all my attention. Thanks for your understanding)”는 응답을 보내왔다. 발신자는 ‘카티(kati)’였다. 동료들은 카리코 박사를 ‘카티’로 부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