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버려지는 난방용 파이프 재활용한다


KIST, 폐플라스틱 탈가교화 기술로 업사이클링 성공

수거된 폐 PEX(가교 폴리에틸렌) 파이프 [사진=KIST]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폴리에틸렌은 범용 플라스틱으로 난방용 온수온돌 파이프, 고압 절연 전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폴리에틸렌은 강도 및 내열성을 높이기 위해 (고분자 사슬을 화학적으로 연결하는) 가교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가교 고분자 플라스틱은 재가공이 불가능해 대부분 매립하거나 소각하고 있다.

가교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난방용 파이프도 내열성 및 내구성이 높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사용 후 버려지는 폐기물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가교 폴리에틸렌의 탈가교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재활용 제품의 물성 확보가 관건이다.

가교 구조(왼쪽)와 탈 가교 구조(오른쪽) [사진=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홍순만 박사팀은 산·학·연 협력 연구를 통해 친환경 초(아)임계 유체 공정을 적용한 폐 난방용 파이프의 재활용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초임계 유체는 액체와 기체가 구분되는 임계점 이상의 온도 및 압력에서 액체와 기체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물질의 상태를 의미한다. 용해 능력은 액체에 가깝고 확산성은 기체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다. 임계점을 넘어가지는 않았으나 임계점에 근접했을 때를 아임계라 한다.

연구팀은 연속식 이축 압출 공정(플라스틱을 가열하면서 압출하는 스크루가 두 개로 구성된 공정)에 친환경 초(아)임계 기술을 접목, 선택적 탈 가교 반응을 통해 재생 폴리에틸렌 생산에 성공했다.

초임계 유체의 임계점(왼쪽)과 특성(오른쪽) [사진=KIST]

연구팀은 "초(아)임계 유체는 기체의 확산성과 액체의 용해성을 동시에 가지므로 가교 폴리에틸렌 사이의 결합에 침투해 빠른 탈 가교 반응을 유도하고, 높은 열과 압력을 동시에 적용해 가교 폴리에틸렌의 분자 사슬을 선택적으로 절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폴리에틸렌 고유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보전하면서 산업적으로 경쟁력있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었다.

초(아)임계 유체를 사용한 탈 가교 PEX(가교 폴리에틸렌) 생산 공정 및 펠렛, 성형품 [사진=KIST]

KIST와 공동연구 참여기업은 이 기술로 재생 폴리에틸렌을 개발하고 상용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신재와 동등한 화학적, 구조적, 열적 특성과 우수한 가공성을 확인했다. ㈜동명은 전선 보호용 CD(Combine Duct)관 제품을, ㈜그린폴은 건물 경량화 및 층간소음 방지용 슬라브 볼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공정은 인체 및 대기에 해로운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유발하는 유기용매 대신 물이나 알코올과 같은 저독성 용매를 사용하며, 사용 후 추가적인 분리 공정이 없이 용매를 회수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홍순만 박사팀은 이전에 고분자 탈가교 기술로 초고압전선 재활용기술을 개발하고 LS전선에 기술이전한 바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연속식 2축 압출 기술로 초(아)임계 상태에서 더 뛰어난 가공능력을 확보했다.

홍 박사는 “이 기술은 원천기술로서 전량 폐기되고 있는 열경화성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물론, 재생 플라스틱의 급격한 물성 저하를 극복할 수 있는 원료(단량체) 재생기술로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및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에 참여한 ㈜동명 배성규 품질개발실장은 “향후 스케일업 및 제품 양산화 공정을 거쳐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시제품 생산 및 적용성이 확인된 제품 외에도 앞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전선 보호용 난연 CD관, 인공목재, 부표용 스티로폼 대체 HDPE 복합체 등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KIST와 ㈜동명(대표 김창완), 세명대학교 조항규 교수, ㈜그린폴(대표:김명기)이 공공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생활폐기물 재활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