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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절체절명] IPCC “기후위기, 이대로 가다간 끝장이다”


최후의 방어선 1.5도 상승 시기… 10년 정도 더 앞당겨져

IPCC 6차 평가보고서 핵심 키워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 핵심 키워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상승 시기가 10년 정도 앞당겨졌다.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각국의 책임이 크다. 190개국이 넘는 국가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음에도 ‘립 서비스’에만 그쳤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강제성과 페널티가 없어 당시 효과성에 의문이 지적됐는데 현실화되고 있다.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상승하면 지구는 견디지 못한다는 경고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3년 전 일이다.

당시 IPCC는 1.5도 지구 가열화 도달 시점으로 2030~2052년 정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이 최근 10년 정도 더 앞당겨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섭씨 1.5도 상승이 2021~2040년에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IPCC는 9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차 평가보고서(Sixth Assessment Report, AR6)’ 제1 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IPCC 보고서는 자체 연구가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 연구 평가작업이고 중립적 자세를 갖는다. 보고서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주문하지 않는다. 현재 있는 것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서에 담는다. 이 때문에 IPCC 보고서는 ‘더’ 무섭고 두렵다. 있는 그대로를 덜지도, 보태지도 않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대로 가다가는 더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현재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잣대(바로미터)이다.

IPCC는 지난 7월 26일부터 제54차 총회를 개최했다. 총회에서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2040년 중 1.5℃ 지구 가열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촉구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26, COP26)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도 2030년 2017년 대비 국가온실가스 감축 약 24%를 제시했는데 이를 상향 수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11월 COP26이 열리기 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차 보고서는 5차 보고서보다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후변화 현실을 짚고 있다. [사진=IPCC]
6차 보고서는 5차 보고서보다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후변화 현실을 짚고 있다. [사진=IPCC]

현재의 기후 상태 부문은 지난 제5차 평가보고서(AR5, 2013년) 발간 이후 새롭게 관측된 사실과 진보된 기술을 이용한 기후변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2011~2020년의 전 지구 지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12년은 0.78도 상승이었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2018년 사이 0.20m 상승했고 해수면 평균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사이에는 ‘1.3mm/년’, 2006~2018년 사이에는 ‘3.7mm/년’으로 약 2.85배 증가했다. 매년 증가폭은 더 커지고 있다.

가능한 미래 기후 부문은 새롭게 사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SSP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전망했다.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 사회경제 경로) 시나리오별 미래 기후를 예측했다.

‘SSP1-1.9’는 2100년까지 전 지구 지표 온도를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사회가 발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잘하고 2100년의 복사강제력을 1.9W/㎡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상의 기후위기 대응책이다.

반면 SSP5-8.5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태양에너지 8.5W/㎡가 더 흡수됨을 의미한다. 최악의 기후위기 대응 방법이다.

시나리오별 전망을 보면 산업화 이전 대비 2081~2100년의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SSP1-1.9)일 때 1.0~1.8℃,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SSP5-8.5)일 때 무려 3.3~5.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1995~2014년 대비 2100년까지의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SSP1-1.9)일 때 0.28~0.55m에 그쳤다. 반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SSP5-8.5)일 때 0.63~1.01m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부산, 인천 등도 안전하지 않다.

산업화 이전 시기 50년에 한 번 발생했던 수준의 극한 고온(폭염 등)은 1.5℃ 지구 가열화에 도달했을 때 그 빈도는 8.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위험(리스크) 평가와 지역 적응을 위한 기후 정보 부문은 지구 가열화로 기후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새롭게 기후영향인자(Climatic Impact-Drivers, CIDs)를 정의하고, 지역별 미래 기후영향인자 변화를 전망했다.

지구 가열화가 심해질수록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폭염 등 더위 관련 기후영향인자가 증가하고 호우와 홍수 또한 강화되고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영향인자별 미래 변화 정보는 동아시아 등 전 세계 61개 기준 지역에 대해 지역별 리스크 평가와 적응 계획 수립에 활용된다.

미래 기후변화 억제 부문은 탄소 중립을 통한 누적 CO2 배출량 제한과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강력한 감축만이 가열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850~2019년 누적된 CO2 배출량은 2천390GtCO2으로 AR5의 1천890Gt((1861~1880)~2011년 누적)과 비교해 약 20% 정도 증가했다.

인간 활동에 의해 누적된 CO2 배출량과 지구 가열화 사이에는 거의 선형적 관계가 있다는 AR5 결과를 재확인하고 탄소 중립 도달이 지구 가열화를 막기 위한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메탄 배출 감축이 이뤄진다면 에어로졸 감소로 지구 가열화를 억제하고 대기질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이번 IPCC의 AR6 승인을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의 과학적 근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상청은 탄소 중립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이번 보고서가 국내 정책에 연계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IPCC는 제2실무그룹 보고서를 내년 2월, 제3실무그룹 보고서를 3월, 종합보고서를 2022년 9월 중 차례로 승인할 예정이다.

IPCC 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4종의 IPCC 평가보고서 중 가장 먼저 발간되는 보고서로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11월 영국에서 개최될 COP26과 2023년에 시행할 첫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 점검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관련 논의 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IPCC는 자체 연구를 하지 않고 전 세계 전문가 등이 모여 일정 시기에 나온 관련 논문과 보고서를 종합 검토한 뒤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번 제1실무그룹 보고서 1차 초안에는 750명의 전문가로부터 2만3천462개의 검토 의견을 받았다.

2차 초안에는 정부와 1천279명의 전문가로부터 5만1천387개의 검토 의견이 접수됐다. 3차 초안에서는 47개 정부로부터 3천개 이상의 의견을 받았다. 총 1만4천개 이상의 과학 논문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조됐다.

눈여겨볼 점은 코로나19로 영상회의 등이 많이 이뤄졌고 시간대가 서로 달라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문가 참여가 더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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