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가 3D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경제활동을 한다. 연예인도 자신과 꼭 닮은 아바타로 접속해 대중들과 소통한다. 기업들은 이 가상세계에 자사 브랜드 매장을 세우고 제품 홍보에 나선다.
가상현실 세계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처럼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메타버스'가 대세 마케팅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AR(증강현실)·VR(가상세계)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패션부터 뷰티, 식품, 채널까지 유통전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말한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5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2천800억달러(3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해당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 시장의 폭팔적 성장이 기대된다.
이미 외국에서는 수익성 높은 시장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힙합가수 트레비스 스콧(Travis Scott)이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을 통해 자신의 아바타로 개최한 공연이다. 트레비스 스콧은 1회에 10분씩, 총 5회의 공연을 했다. 해당 공연은 2천770만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2천만(한화 200억원)달러의 수익을 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공연하는 오프라인 콘서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이다.
◆ 유통업계, 제페토 매장 오픈 '릴레이'…싸이월드 등 신규 서비스 노리기도
국내에서도 메타버스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 이용 플랫폼은 네이버의 가상공간인 '제페토'다.
제페토는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가상 세계 플랫폼으로 전 세계 2억명(글로벌 유저 90%, 10대 유저 80%)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제페토 내에서 가상의 친구들과 게임, 파티, 콘서트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다.
유저들은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며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 사람들이 방문하게 만들고 광고를 적용하여 돈을 벌기도 한다. 실제 제페토에서 가상 팬 사인회를 연 걸그룹 블랙핑크의 아바타를 보기 위해 모인 인원은 4천300만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아바타의 옷과 장신구 시장을 노리는 패션업계가 해당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에 입점해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구찌는 제페토 안에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를 선보이며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실에서 맘껏 살 수 없는 구찌 가방과 의류 등을 제페토 안에서는 1만원으로 전신 착장이 가능하다.
구찌 외에도 제페토에는 크리스찬 루부탱, F&F의 MLB, 나이키 등이 입점해 있다.
유통기업들도 해당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중이다. BGF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오는 8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CU제페토한강공원점'을 연다. 제페토에서 인기 장소인 한강공원에 자리 잡아 고객이 CU 상품을 주문하고 별도로 마련된 파라솔과 테이블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은 싸이월드와 손잡는다. GS리테일은 오는 11월 말 싸이월드 내 쇼핑 채널을 열어 이용자들이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더프레시, 홈쇼핑 GS샵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구매하고 즉시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GS리테일 전용 미니홈피를 개설하고 미니룸을 만드는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6월 메타버스를 활용한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자체브랜드(PB) '하이메이드(HIMADE) 섬'을 오픈한 바 있다.
◆ 메타버스 한국에서 주목도 높은 이유는…"MZ세대 타깃 더할나위 없는 마케팅"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것은 소비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MZ세대 특성상 색다른 체험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며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일 수 있다. AR 기술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는 추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실제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5.3%가 온라인에서 패션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상 착용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2.8%로 가장 높았고 40대(26.6%), 30대(25%), 50대(18.1%) 순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방문하는 대신 AR, VR 기술로 안경, 귀걸이 같은 패션 상품을 가상으로 착용하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가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업계에서는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것처럼, 향후 또 다른 차원의 메타버스로 넘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K메타버스가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기 때문에 수익이 확장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소비자에게 트렌드에 따른 편의와 실용성,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이미 5~6년 전 확산이 시작돼 현재 가상세계 내 자아(아바타)를 실현할 정도로 발전됐지만, 일부 서비스는 이용자가 정체 상태다.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이 얼마나 오래갈지도 의문이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주목받았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다시 대면 활동 수요가 늘어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2000년 중반 반짝인기를 누렸던 메타버스 서비스인 '세컨드 라이프'처럼 코로나19 특수 상황이 끝나면 인기가 시들해질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향후 몇 년간 효과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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