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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 표시제 시행 앞두고 의견 팽팽…"소비자 '찬성' VS 유업계 '반대'"


2023년 소비기한표시제 시행 예정…유제품은 유예기간 후 2026년 실시

소비자기후행동 관계자들이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소비자기후행동]
소비자기후행동 관계자들이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소비자기후행동]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제도의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소비자·외식업계와 유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소비자는 유제품 등 버려지는 음식이 줄어 식재료 구매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외식업계의 경우 식자재로 들여오는 가공식품 등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서 좋지만 유업계의 경우 우유의 섭취 수명이 많이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원유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법안심사소위에서 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24일 의결됐다. 이로써 2023년 1월부터 현행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표시제가 식품에 적용된다.

다만 소비기한표시제 특례조항을 두고 일부 제품에 대해선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조정했다. 위생적 관리와 품질 유지를 위해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한 우유와 치즈 등 품목의 경우다. 냉장 유통망인 이른바 '콜드체인'을 제대로 갖추기까지 유예기간을 두자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세부적인 법 개정에 앞서 식약처는 당초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소비기한 도입의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 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2023년부터 기존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소비기한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기한은 소비자들이 식품을 구매해서 보관하는 기간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의 60~70% 수준으로 정해진다. 반면 소비기한은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의 80~90% 수준으로 유통기한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식용유는 소비기한이 5년에 달하지만, 유통기한은 2년이다. 우유는 유통기한은 10일이지만 소비기한은 50일에 달한다. 또한, 소비기한이 10년인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5년으로 절반이다. 사실상 유통기한 경과 후 식빵은 20일, 달걀은 25일, 액상커피는 30일, 슬라이스 치즈는 70일, 두부는 90일, 참기름은 2년 6개월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미개봉 상태로, 보관 온도 유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소비기한이 정착되면 유통기한이 지나 식품이 폐기되거나 반품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실제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유통기한 경과로 버려지거나 반품되는 식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최대 연간 1조 5천400억원에 달한다.

해외에선 품질 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국가가 많다. 품질이 변하지 않는 시간까지가 품질 유지기한, 품질이 변화를 시작해 이후 부패가 진행되기 직전까지가 소비기한이다.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는 유통기한 표시를 하지 않는다.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정도뿐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유제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유제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 소비자·외식업계 '소비기한 표시제' 적극 찬성…"폐기물 관련 사회적 비용 줄일 수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단체는 '소비기한' 표시 도입을 앞당기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소비기한 표시제가 없으므로 생활폐기물 수준이 높게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환경부 자료를 인용해 "2019년 세계농업기구(FAO)가 발표한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13억t, 여기서 배출되는 탄소는 33억t 수준이며 우리나라도 생활폐기물의 약 30%가 음식물 쓰레기로 한 해 발생량이 570만t에 육박한다"라며, "또 한국보건산업 진흥원에서 발표한 유통기한에 따른 식품 폐기 손실 비용을 보면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비용이 5천900억원, 가정 내 폐기비용이 9천500억원으로 한 해 평균 1조5천4백억 원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유럽, 호주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소비기한표시제를 도입했다는 점 ▲코로나19와 유례없는 자연재해를 경험한 시민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는 점 ▲이미 많은 시민과 국회의원, 인플루언서들이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위해 조속히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상임이사는 "소비기한표시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제도"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소비기한 표시제를 찬성하는 분위기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2월 전국 외식업체 종사자 1천23명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소비기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유통기한 표시제에서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답했다.

◆ 유업·낙농계 '소비기한 표시' 반대…"투쟁 예고"

반면 기습적인 '소비기한 표시제' 개정안 처리에 낙농업계는 반기를 들고 나섰다.그간 낙농업계는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시 소비자 안전과 낙농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우유는 제외해 줄 것을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요구해왔다.

선진국의 경우 0~5℃에서 유제품을 관리하는 반면 국내의 경우 0~10℃로 허용범위가 넓다. 또 유통과정에서의 상온 노출 우려도 있다. 판매 기간 연장으로 발생하는 변질 문제에 대한 책임도 불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소비기한표시제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었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우유의 특수성이 반영된 국산 살균유의 짧은 유통기한으로 외국산 살균유가 들어오지 못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FTA 협정에 따른 2026년 유제품 관세 완전철폐와 함께 소비기한 도입이 강행될 경우 외국산 살균유에 우리 시장의 마지막 빗장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에 앞서 소비자 교육을 통한 올바른 정보 제공, 적극적인 홍보 등을 통해 소비기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우유 및 유제품' 보관의 부주의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작년 한국소비자연맹이 전국 43개의 유통매장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온도계 표시 온도와 냉장 진열대 및 냉장식품 표면 온도를 보면 온도 차이가 최대 4.1℃까지 차이가 나타났으며, 냉장 온도 준수율도 70%대에 겨우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한 관계자는 "연간 2조 2천억원에 이르는 낙농 산업의 생산액과 전후방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낙농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외면하는 우유 소비기한 도입은 낙농 말살 정책이나 다름없다"며 "정책이 가지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무임을 직시하고 우유만큼은 소비기한 도입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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