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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 속 준법 경영 강화한 삼성전자…준법위 활동 '눈길'


조직 격상시킨 준법지원인 독립성·권한 강화 눈길…준법위 1년간 728건 제보 받아

삼성전자가 28일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더 강화된 준법 경영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반부패 정책 분야의 세부 가이드를 정비하는 동시에 준법지원인의 독립성, 권한을 강화하고 있지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두고선 아직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28일 공개한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존 법무실 산하의 컴플라이언스팀을 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준법통제기준을 개정해 준법지원인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했다.

또 직무 수행을 이유로 준법지원인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준법지원인을 해임할 경우 사유를 명확히 밝히도록 했다. 여기에 준법통제활동 수행에 필요한 경우 관련 부서에 인력, 자금 등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했고, 준법지원인에게 이사회 출석, 의견 진술권과 소집 요청권을 부여해 이사회 관련 권한도 강화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에 준법지원인 제도를 운영해왔다. 준법지원인은 상법상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과 관련해 위법 사항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준법지원인이 속한 컴플라이언스팀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2020년 정기 인사 후 조직 개편을 거쳐 법무팀에서 분사됐다.

현재 삼성전자의 준법지원인은 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안덕호 부사장으로, 안 부사장을 팀장으로 한 컴플라이언스 팀이 운영되고 있다. 안 부사장은 반도체 부문 법무지원팀장을 지냈으며 2017년 당시 단 두 명뿐인 40대 부사장으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준법지원인은 모든 이사회 및 경영위원회에 참석해 회사의 의사결정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준법지원인의 독립성과 권한이 더 강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또 삼성전자는 기존 운영하던 사내 법 위반 제보 기능 외에도 외부 이해관계자가 법 위반에 대해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제보 시스템을 추가 개설했다. 또 제보용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팩스번호를 공개해 더 실효성 있는 제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반부패 분야의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서도 지난해 적극 나섰다. 먼저 국내외 부패 방지 법규를 준수하고 윤리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지난해 '글로벌 반부패 및 뇌물방지 정책'을 개정, 모든 임직원에게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부패행위 방지를 위해 대외 후원금 집행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이미 지난 2017년 신설된 대외후원금 심의회의에선 1천만원 이상의 후원 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 산하의 감사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 또 연간 10억원 이상의 후원 건은 이사회 승인도 추가로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에는 이를 더 강화해 준법지원인이 심의회의 의장을 맡도록 하고, 심의 대상을 해외법인까지 확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준법위에도 심의 결과를 통지해 검토를 받고 있다"며 "신규 업체 등록 심사와 계약 체결 과정에 반부패 검토 프로세스를 신설하고, 대외 후원금 집행내역을 사후 점검하는 등 부패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반부패 교육도 강화했다. 매년 진행하는 임직원 대상 컴플라이언스 필수 교육에 부패 방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반부패 정책과 프로세스 개선 내용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또 부서별 준법관리 책임자 교육을 기존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했고, 임원과 최고경영자 양성 인력 대상으로도 부패 방지 교육을 확대했다. 부패 방지 교육은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제재 사례와 국내 청탁금지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올해 1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관계사 최고경영진 간담회 [사진=준법위]

이와 별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재판부 주문으로 탄생한 삼성 외부의 독립적 준법경영 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1년여간 활동 내역도 이번에 공개됐다.

지난해 2월 5일 공식 출범한 준법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6인의 외부위원과 1인의 내부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관계사 준법지원인들과 월 1회 정기 회의를 진행 중으로, 필요한 경우 수시로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준법위는 지난해 총 32회의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삼성 관계사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화재 등 7곳이다. 준법위는 올해 1월 관계사 대표 등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관계사 준법지원인 및 담당자들과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워크숍도 가졌다.

지난해 11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외부 전문가와 지배구조 이슈 등에 대한 간담회도 진행했으며,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 노사관계 자문그룹과 간담회도 개최했다.

관계사의 대외후원금 및 내부거래 안건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준법위는 운영 첫 해인 지난해 삼성전자와 관련해 728건의 제보를 받았다. 세부적으로는 소비자 민원이 28%, 부정 관련 사항은 11%를 차지했다. 기타 사항은 61%로, 삼성전자와 관련 없는 내용이나 임직원의 사생활 관련 내용, 제보 내용이 불충분해서 사실확인이 불가능한 내용들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준법위 권고 또는 의견을 제시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이사회 산하에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신설하고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노동 제규정을 정비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약 관계사 준법지원인 정기 협의체를 구성해 분기별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준법감시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준감위와 함께 선진적인 준법감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갖추고 회사와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 준법위가 최근 삼성 내부 노사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굵직한 이슈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15일 정기회의에서 삼성전자 등 7개 협약사의 노조 현황과 노사 교섭 상황을 점검하면서도 창사 후 첫 파업 사태를 앞둔 삼성디스플레이 상황을 논의하지 않아 많은 지적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준법위와 협약을 체결한 협약사가 아니라는 것이 논의하지 않은 이유였다.

또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4개사가 사내급식 물량 100%를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주고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는 것이 골자다. 작년 삼성전자의 삼성웰스토리 수의계약 금액은 4천400억원 규모다.

재계 관계자는 "준법위는 지난해 이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하며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초 이 부회장의 실형 확정 이후로 존재감이 약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의 근간이 준법, 윤리경영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조직 전반에 준법 문화가 더욱 깊이 뿌리내리도록 글로벌 반부패 및 뇌물방지 정책을 개정했고, 외부에 별도의 독립조직으로 설치된 준법위와 함께 회사와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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