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에르메스·샤넬·루이뷔통 등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엘루샤'의 국내 가격 인상률이 높아지고 있다.
'엘루샤' 브랜드 제품은 프랑스 현지보다 평균 20% 가량 가격이 높은 상황임에도 최근 1.5년간 평균 4차례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인기가 높아 품절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금융정보분석업체인 밸류챔피언이 15개 국가의 지난해 샤넬 주요 상품 가격변화를 분석한 결과, 평균 가격 인상률이 17%로 나타났다. 15개 나라 중 호주가 35%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한국은 28%를 기록해 샤넬 가격 인상폭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였다. 중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 대만 등도 20% 이상 가격이 올랐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 가격 인상폭이 2%에 그쳤고, 미국 내 샤넬 가격은 오히려 7% 내렸다.
샤넬과 함께 에르메스나 루이뷔통도 가격인상에 열심이다. 작년 1월부터 올 5월 현재까지 루이뷔통은 국내에서 7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는 같은 기간 2번 샤넬은 4번 가격을 인상했다. 실제 루이뷔통의 '멀티 포셰트 악세수아'는 작년 1월 187만원에서 최근 283만원으로 가격이 51.3%나 뛰었다.
샤넬과 에르메스는 세계 시장에서 동시에 가격을 인상했지만 국내 소비자의 부담이 더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시장조사기관인 UBS 에비던스 랩에 따르면 같은 명품 제품이라도 우리나라의 평균 소비자가격이 프랑스 현지 가격보다 20.1%(지난해 기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올해 가격인상이 잦은 건 코로나 펜데믹 여파에 따른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 영향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은 '명품 대중화' 정도가 아시아보다 성숙된 곳으로, 경기가 나쁘면 명품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 국가에서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공급 측면에선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이동 제한이 리스크였다.
이에 유럽·북미 지역과 달리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명품 구매도 유행에 민감해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남들이 사면 따라 사는 성향이 강하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상당히 다루기 쉬운 고객인 셈이다. 실제 에르메스가 지난 1분기 아시아 지역에서 거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1% 성장하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공급량 조절을 통해서도 리스크를 관리했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가 생명이다. 희소성이 바탕으로 되어야 명품이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아시아 국가에서 수요가 늘어도 공급량을 예년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이는 일부 중고 제품이 신제품보다 가격이 높아져 '샤테크'(샤넬 재태크)가 가능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에루샤'는 이와 같은 가격과 공급량 조절을 통해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8.4% 증가했다.
다만 샤넬의 경우 환율에 따른 국가별 가격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기도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9년 8월 기준 호주와 한국은 샤넬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였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샤넬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 랭크됐다. 따라서 샤넬이 환율 및 가격 격차를 기준으로 인상폭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3대 명품의 국내 가격인상이 올해 유독 많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한국만 호갱으로 보기 때문인 것은 아니"라며 "샤넬의 경우 세계 모든 국가에서 가격 인상을 한 부분도 있고 리스크 관리차원에서만 가격인상을 했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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