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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금융주소 한번에'…금융사 주소변경 불편만 커져


민간에 넘긴다며 종료하더니 '대안'은 없어

KT무빙의 무료 주소이전 서비스 화면  [사진=KT무빙 홈페이지]
KT무빙의 무료 주소이전 서비스 화면 [사진=KT무빙 홈페이지]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 모씨(38)는 봄 이사철에 이사를 가면서 금융사에 주소지를 바꾸느라 애를 먹었다. 불과 2년 전 이사 때에는 '금융주소 한번에'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은행, 증권사, 보험 등 대부분의 금융사 주소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서비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급한대로 무료 주소 이전 서비스인 'KT무빙'을 해봤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일부 금융사만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가능한 곳만 신청해놓고 나머지는 보험사 등에는 일일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주소를 바꿔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주소 한번에'가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종료한 이래로 9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대안은 아직도 없다.

과거 금융감독원이 금융관행을 개혁하겠다면서 만든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는 지난해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되면서 민간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는국회의 지적에 사라졌다.

정작 민간에서 서비스를 하는 곳은 그때나 지금이나 'KT무빙'이 거의 유일무이한데 그마저도 일부 금융사 등만 주소 이전이 가능하다.

정치권의 '태클'에 이사 등으로 부득이하게 주소를 변경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편만 커진 셈이다.

◆ '금융주소 한번에' 출시 4년만에 국회서 '서비스 하지마'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는 지난해 8월3일부터 서비스를 종료했다.

금융주소 한번에는 금융사 1곳에만 주소 변경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다른 금융사에 등록된 주소도 바뀌는 서비스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해 금융감독원에 연동된 홈페이지에서 은행·증권사·보험사·카드사·저축은행·우체국·주택금융공사·상호금융(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사실상 전 금융사와 관련 공기업 등 총 216개사에 등록된 주소를 한번에 바꿀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

이 서비스는 2016년 1월 금감원이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 내놔 첫해에만 24만명이 이용했다. 이듬해인 2017년부터는 한국신용정보원으로 서비스를 이관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국회에서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에는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인 신용정보원의 업무 중 '주소 변경 통보 대행' 항목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조항의 개정은 추혜선 정의당 전 의원이 "금융당국이 민간기업의 유사서비스를 베꼈다"고 지적하며 시작됐다. 민간에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데 금융당국이 나서서 서비스를 하니 민간 벤처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한다며 이를 민간의 영역으로 나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유사한 서비스로는 'KT무빙'이 유일하게 있었다"며 "지금은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가 종료됐기 때문에 신용정보원의 관련 데이터는 모두 삭제됐고 관련법에 따라 업무 재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곧바로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으로 취업해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그는 국회 상임위 중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터라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이해충돌 논란이 있었다.

◆ 그럼 'KT무빙'으로 주소지 바뀝니까?…"은행 주소 이전은 아예 안되고 일부 금융사만 가능"

당시 금융주소 한번에와 비슷한 서비스는 'KT무빙'이었다. KT에서 운영하니 사실상 벤처기업도 아니었지만 '금융주소 한번에'보다 한 10년 이상 빠른 2004년 5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은 맞다.

문제는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 폐지 당시나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이나 KT무빙 말고는 주소 이전을 위한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현재 KT무빙에서 예전에 금융주소 한번에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KT무빙에서 무료로 주소 이전이 가능한 기업은 현재 총 39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금융사는 카드사 5곳, 증권 4곳, 보험 14곳 등 21곳이다. 금융주소 한번에로 200여개 금융사와 관련 기업의 주소를 옮길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현실이다.

KT무빙을 이용해 SK텔레콤, 대한항공, GS&POINT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무료로 주소 이전을 할 수 있어도 개인의 민감한 금융자산 등을 다루는 금융 부문에서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더욱이 현재 KT무빙이 서비스하는 분야 중에서 시중은행은 아직 단 1곳도 없다. 결국 KT무빙과 제휴가 안 돼 있는 금융사들은 소비자가 일일이 온·오프라인으로 주소를 바꿔줘야 한다.

최근 KB국민은행과 제휴를 맺었으나 아직 서비스는 시작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이달에 KB국민은행 계약을 맺어 앞으로 서비스를 해나갈 것이며 제휴사는 은행, 카드, 유통 등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대안으로 우체국의 주거이전 서비스도 있지만 이는 3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동안 이전 주소로 오는 우편물을 새 주소로 옮겨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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