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30년 이전에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경우 현재 정부 계획대로 석탄발전소를 2054년까지 가동할 때보다 약 79%나 줄어든, 1만8천명의 국내외 조기 사망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33만년에 해당하는 기대 수명을 구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정부 계획대로 2054년까지 석탄발전소를 가동할 경우 최대 2만3천명이 조기 사망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43만 년이다.
국제 기후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최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연구내용이 담긴 보고서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대한민국 탈석탄 정책의 건강 편익 평가’가 12일 공개됐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2020년 2월 발표한 이전 연구에서 한국이 섭씨 1.5도 이내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제한하고자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2029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전부 폐쇄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실제로 한국이 2029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이를 이행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을 분석했다.
연구내용을 읽어보면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초미세먼지(PM 2.5)는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암과 조산을 유발하고 우울증을 증가시킨다. 수은과 같은 중금속은 뇌를 비롯한 신경계에 손상을 준다.
석탄발전소를 조기에 닫으면 그만큼 건강상 피해를 보는 인구가 줄어든다. 일례로 2030년 이전 탈석탄을 이루면 국내 800건, 국외 1700건 이상의 조기 출산과 국내 2천500건, 해외 3천건 이상의 신규 천식 사례를 막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56기의 석탄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 역시 7기가 건설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는데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5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된다.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소인 삼척 석탄발전소가 2054년까지 운영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 이후 모든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 정부는 2030년에도 여전히 석탄발전소 42기(약 31GW)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에 2030년 이전에 탈석탄을 요구하는 국내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최고 책임자인 빌 해어(Bill Hare)는 “우리 분석은 한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탈석탄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기후뿐 아니라 공공보건을 위해서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라며 “한국의 2030년 탈석탄은 석탄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일으키는 조기 사망을 단 5년 이내에 절반으로 줄이는 등 즉각적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2030년 이전까지 국내 가동 또는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63기를 어떤 순서로 폐쇄해야 할지에 두 가지 기준인 경제성(발전 비용)과 환경성(탄소집약도)으로 정리했다. 경제성 시나리오는 국가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 비용이 높은 발전소부터 폐쇄하는 순서를 제시한다.
반면 환경성 시나리오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순서대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안이다. 두 시나리오 모두 정부 계획보다 조기 사망자 숫자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이미 석탄발전은 경제성 측면에서 사업적 타당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가동률 하락 등으로 애초 예상했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신규 석탄발전 사업을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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