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에 힘입어 TV, 생활가전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 18조8천95억원, 영업이익 1조5천166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7.7%, 39.1% 오른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8.1%로, 역대 1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주력 사업인 가전이 효자 역할을 했다.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매출 6조7천81억원, 영업이익 9천199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23.8%, 영업이익은 22.1% 늘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분기 사상 최대다. 사업본부 기준 분기 영업이익이 9천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 H&A사업본부가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13.9%에 이어 분기 사상 역대 두 번째인 13.7%다.
매출액은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공간 인테리어 가전인 LG 오브제컬렉션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며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글로벌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매출이 증가하는 동시에 신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와 렌털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매출 4조82억원, 영업이익 4천38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34.9%, 23.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었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TV 수요가 회복되면서 올레드 TV, 나노셀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HE사업본부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이상이 늘었다. 특히 1분기 올레드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LCD 패널 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와 투입 자원의 효율적인 집행으로 11분기 만에 4천억원을 넘었다.
철수를 진행 중인 MC사업본부는 매출 9천987억원, 영업손실 2천8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 적자 폭은 지난해는 물론 전 분기보다 확대됐다. LG전자는 오는 7월 말 휴대폰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MC사업본부의 실적은 2분기부터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고, '중단영업손실'로 처리된다.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VS사업본부는 매출 1조8천935억원, 영업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5%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968억원 적자)보다 큰 폭 줄었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완성차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신규 프로젝트가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와 함께 설립하는 합작법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은 오는 7월 1일자로 출범할 예정이다.
B2B 사업과 모니터, 노트북 등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매출 1조8천643억 원, 영업이익 1천340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보다 9.1% 증가하며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0.9% 줄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지속되며 PC, 모니터와 같은 IT 제품의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주요 부품 가격과 물류비의 인상이 있었지만 전략 제품 판매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주요 국가들의 경기 부양이 지속됨에 따라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등 저성장 리스크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은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환율 변동, 원자재와 부품의 가격 인상,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리스크는 존재할 것으로 봤다. H&A사업본부는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매출 상승세를 유지하고 사업 운영을 최적화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TV 시장은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큰 화면으로 고해상도 콘텐츠를 즐기려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프리미엄 TV를 찾는 고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HE사업본부는 올레드 TV, 나노셀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차량용 반도체 공급 이슈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VS사업본부는 완성차 시장의 회복세에 적극 대응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원가 절감과 공급망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비대면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IT 제품의 수요는 지속되고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시장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LCD 패널가격 상승과 부품 공급 이슈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BS사업본부는 경쟁력을 갖춘 PC, 모니터 등 전략 제품에 집중하면서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버티컬(특정 고객군)마다 최적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 TV 등 주력 사업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자동차 부품·솔루션, 인공지능, B2B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2분기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늘고 손익구조도 효율적인 자원 운영을 통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2분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대체적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통해 전장 부품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MC사업본부의 사업 중단으로 비용 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정비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패널 가격 상승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가전사업부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더해져 HE사업본부와 H&A사업본부의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며 "철수 결정이 내려진 MC사업본부의 인력이 타 사업부로 배치되면 타 사업부들의 고정비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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