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백화점의 '공간(空間)'이 변화하고 있다. 무엇을 채우는지도 중요하지만, 어찌 채워야 할지를 고민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매력 없는 공간에는 가지 않는다. 백화점들이 더 특별한 공간 만들기에 나선 이유다.
23일 업계에 다르면 주요 백화점들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백화점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경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 대표적이다.
더현대 서울은 '도심 속 공원'을 표방했다. 공간 마다 브랜드 채우기 급급했던 과거의 형태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매장을 채우는 대신 실내조경과 문화공간 등 방문객들을 위한 휴식·여가 공간을 조성했다.
현대백화점이 이 공간에 매장을 운영했다면 적어도 연매출 2천억원 이상은 올렸을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렇다고 매출을 잃은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24일부터 최근까지 더현대 서울이 올린 매출은 1천억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출점 당시 현대백화점이 목표로 내세운 연매출 6천3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독창적인 콘텐츠로 판교는 물론, 인근의 광교, 의왕, 강남권 고객까지 흡수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마블 '어벤져스 스테이션'을 점포로 상륙시켰다. 김포공항점에서 오는 29일부터 9개월간 마블에 교육을 접목한 '에듀테인먼트'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전시들과 달리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구성해 관람객들이 어벤져스 스테이션 요원이 돼 온전히 몰입해 즐기고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롯데백화점은 '명품'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매출 신장을 기록한 주요 백화점 점포는 전국 67개 점 중 9곳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품 라인업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명품 공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명동 본점의 경우 기존 대비 명품관 면적을 2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다.
'1층=화장품' 공식도 과감히 깨기로 했다. 화장품 매장을 지하로 내리고, 이 자리엔 명품과 고급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채울 방침이다. 2~3층 여성 패션관도 해외 유명 편집쇼으로, 5층 남성관도 남성 명품관으로 재단장 할 계획이다. 또, 올해 6월 선보이는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명품 및 유명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요새 왠만한 제품은 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공간'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야 고객들이 찾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좀 더 특별한 대우를 받길 원한다"라며 "백화점이 명품관 면적을 늘려나가려는 것도 더욱 럭셔리한 공간에서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조치"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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