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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2025년 어느 날 “수출이 막혔다”


기후변화 대응이 ‘기업 경쟁력’, ESG는 '비용 아닌 투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25년 어느 날.

# 국내 A 기업이 만든 제품에 유럽연합(EU)의 ‘탄소 국경세’가 적용돼 관세 100%가 부과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생에너지가 아닌 화석 연료에너지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A 기업은 EU에 항의하고 법적 조처까지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B 기업은 EU에 관련 제품 수출에 성공했는데 이후 플라스틱 세를 부과받았다. B 기업의 제품에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 그동안 수출에 아무 문제 없었던 C 기업은 EU로부터 관련 품목에 대해 수입거부 조처를 당했다. 최근 C 기업에서 안전장치 미보완 등 기업의 잘못으로 노동자가 여러 명 사망하는 등 인권문제가 국제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EU 측은 노동자 인권문제를 지적하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는 게 경쟁력의 시작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는 게 경쟁력의 시작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전 세계 무역 시장에 ‘신(新) 통상’ 키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신 통상’의 초점은 환경과 디지털, 인권 등 그동안 간과되거나 무시돼 왔던 영역이어서 어떻게 정착할지 관심이 쏠린다. 전 지구촌 적으로 분명한 것은 환경을 파괴하고, 재활용할 수 없는 소재를 쓰거나, 인권을 짓밟으면서 만든 제품은 전 세계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21세기 들어 환경이 전 세계적 경제흐름의 중심이 되고 있다. 앞으로 무역 시장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9일 김정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주재로 주요 경제단체, 업계, 전문가 등과 ‘무역과 환경 이슈 대응을 위한 민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신 통상 쟁점이 된 주요국 탄소 국경조정제도 도입 동향과 영향,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이 탄소 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면 지금 무역시스템으론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EU는 2023년 탄소 국경조정제도 시행을 목표로 올해 6월까지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탄소 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와 EU의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시늉만 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인 EU의 탄소 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우리나라의 EU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은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셈이다.

김정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기후변화는 범지구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로 우리도 지난해 탄소 중립 선언을 계기로 탄소 저감을 위해 정부, 업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환경을 위한 조치가 무역을 제한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되는 만큼 주요국의 이러한 조치가 녹색보호무역주의(green protectionism)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양자·다자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통상질서가 환경·디지털 등 신 통상 이슈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신 통상 이슈는 근본적으로 국내 산업구조와 연계돼 있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상을 산업·에너지와 연계해 융·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비용아닌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비용아닌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환경을 위한 조치가 무역을 제한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는 주문과 함께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고서는 ‘신 통상’ 무역시스템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동시에 말해주고 있다.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21세기 ‘신 통상 무역시스템’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길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2025년 갑자기 수출이 막히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후대응은 물론 탄소 중립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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