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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주담대·전세대출 느는데…여당은 대출 완화 카드


여당 재보궐선거 앞두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LTV·DTI 완화 언급…전문가들 "역효과 우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정소희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정소희 기자]

가계대출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인데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해주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서울·부산시장을 뽑는 재·보궐선거에서 수세에 몰리자 민주당이 부동산정책 실패로 잃어버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대책으로 금융당국의 정책 방침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주택 정책에 대한 방향성 없이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 [표=아이뉴스24 DB]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 [표=아이뉴스24 DB]

◆ 지난달 5대 은행 주담대·전세대출 증가세 만만찮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5대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 3월 말 잔액 기준 가계대출 합계는 681조6천357억원으로 전월말보다 3조4천652억원 증가했다. 2월에는 전월보다 3조7천967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한달새 4조2천199억원이 증가했던 가계대출은 지난 2월과 3월 연이어 3조원대로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꺾였다.

금융당국이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며 지난해 말부터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전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고, 은행들이 우대금리 축소 등 각종 대출 상품의 문턱을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5조3천877억원으로 전월보다 2천3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전세자금대출 포함 기준)은 483조1천682억원으로 한달새 3조424억원 증가했다. 2월에도 한달새 3조7천579억원 증가해 두달 연속 3조원대 증가세다. 지난 1월에는 2조5천83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전셋값이 오르고 봄 이사철이 겹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10조8천381억원으로 한달새 2조714억원 증가했다. 전월에도 2조491억원 증가하며 두달 연속 2조원대 증가폭을 보였다.

5대 은행 가계대출 매월 증감 추이(각 월의 대출 잔액과 전월 잔액의 차이) [표=아이뉴스24]
5대 은행 가계대출 매월 증감 추이(각 월의 대출 잔액과 전월 잔액의 차이) [표=아이뉴스24]

◆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에 여념 없는데…정치권은 대출 완화 카드 만지작

금융당국은 그간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계속 관리해왔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은행 등 금융권에는 지속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해왔다. 지난달에도 금융감독원은 5대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들을 불러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달에는 금융기관별로 관리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차주별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금융기관별 DSR 평균을 맞추면 되기때문에 차주 개인별로는 대출 한도가 차이가 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DSR을 개개인별로 적용해 단계적으로 40%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높아지고 있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연 2.66%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하며 6개월 연속 오름세다.

전세자금대출 등을 중심으로 보증대출의 금리는 소폭 하락했지만 일반신용 대출 금리는 3.61%로 0.15%포인트 올랐다.

기본적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은행채 금리 등이 오른데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절하겠다며 금리를 높이고 있는 영향도 있다.

이에 한국은행도 경고등을 켰다. 한은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주택가격 등 자산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서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가능성에 유의해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치권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도 국가가 책임지는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정책 실패와 함께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민심을 잃자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내놓은 것이다.

무주택자나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대출자에게 보금자리론 등 주택담보대출의 적용대상과 대출 기간을 넓혀 저리로 50년 초장기 대출을 해주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완화해준다. 주택 청약시에도 청약가점 확대 등과 같은 혜택도 같이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금융당국과의 정책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금융당국과 은행 등 금융사들은 대출을 조이고 있는데, 무주택자 등에 대해 한해서라고 하지만 대출을 통해 내집 장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50년간 초장기 대출 상품을 고민해보겠다면서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기존의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1일 "가계대출 관리방안 수립은 부동산 정책 때문에 추진한 게 아니라 향후 성장 경로에서 가계대출이 하나의 리스크라 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한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과는 관계 없이 원래 스탠스로 간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의 '내 집 마련 국가 책임제'는 실수요자를 자극, 되레 역효과가 발생해 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우형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금리 조정이 방법이 될 수 있는데, 현재 기준금리는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며 "주택 공급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하는 대출 규제 완화 등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상승분을 금융규제, 대출 총량 관리 등과 같은 대출 규제 등으로 잡으려고 해왔다"며 "이를 변경하더라도 부동산 대출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지, 일반 대출 수요 확대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당장 천정부지로 높아진 집값에 무주택자 등을 위한 일시적인 방안으로 대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어도,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지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한 '해결사'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LTV와 DTI는 은행의 건전성을 보기 위한 지표로 사용하면 되는 것인데 금융정책을 부동산정책의 수단으로 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당장 민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같은 대출 완화를 외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청년층이나 무주택자의 안정적인 주거서비스 공급 방안을 장기적으로 세웠다는 전제하에서 이같은 대출 규제 완화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지, 장기적인 대책 없이 이같은 방안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하겠다고 하면 금융정책을 부동산정책에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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