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지' 조현식…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향방은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타이어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조현식 부회장이 제안한 감사위원 선임안에 찬성을 예고한 반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는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30일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차례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오전 9시 개최할 예정이고, 한국앤컴퍼니는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한다.

먼저 진행되는 한국타이어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의 안건이 의결된 예정인 가운데 조현범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26일 한국타이어 주총에서 조현범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한국타이어 지분율은 8.23%다.

수탁위는 조현범 사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로 잘 알려진 조현범 사장은 배임수재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다만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가 30.67%의 지분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3.24%에 이르고 있다. 또한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조현범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무난하게 가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현식 부회장도 지난 19일 진행된 서면인터뷰에서 "조현범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의 일사불란한 경영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오후에 진행되는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 형제간 대결이 불가피하다. 형 조현식 부회장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동생 조현범 사장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앤컴퍼니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조현식 부회장은 "회사가 추천한 김혜경 후보는 여러 면에서 훌륭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최대주주 인척의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어 주요 주주 인척과의 관계 및 정부 관련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탁위는 이한상 교수 선임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조현식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조현식 부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19.32%로 조현범 사장에 못 미치지만 누나들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 조희원씨(10.82%)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민연금(5.21%)도 조현식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상법 개정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혼자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조현범 사장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가운데 결국은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한국타이어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6월 조양래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모두 매각하면서 불거졌다. 한달뒤 조희경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고, 이후 조현식 부회장도 참여했다.

이에 대해 조현식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건강이 좋지 못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자식된 도리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