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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은행채 발행 압박 커져…대출금리 더 오른다


코로나19 자금 수요·머니무브 영향에 90% 초반까지 하락

1만원권과 5만원권 화폐 [사진=아이뉴스24 DB]
1만원권과 5만원권 화폐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비율이 규제 수준을 상당 폭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금융지원 독려 차원에서 규제 완화 조치가 더 연장될 예정이긴 하지만,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등 슬슬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은행들의 반응이다. 이 때문에 대출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 국내 일부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91.28~91.4%로 집계됐다.

LCR이란 고유동성 자산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들에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유동성 규제다. LCR이 높을수록 자금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은행이 자체적인 여력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규제 비율은 100%지만,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은행들이 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오는 3월까지 85%(통합 LCR 기준)로 기준을 완화했다.

◆ 역대급 대출 증가세·머니무브에 유동성 말라가

시중은행의 LCR은 지난 한 해 꾸준히 떨어져왔다. 지난 해 1분기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LCR은 104.45~107.72%로 규제 기준을 맞췄지만, 3분기엔 91.48~95.65%로 큰폭 떨어졌다. 일부 은행의 사례로 볼 때, 나머지 은행들의 2020년 4분기말 LCR도 3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대출 취급액이 급격히 늘어난 게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빗발친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이 더해지면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조5천억원 증가했다.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 1월 31일까지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일환으로 시중은행에서 실시한 대출 원금 만기연장 규모는 81조4천986억원, 원금 상환 유예는 7조2천509억원으로 나타났다.

자금이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넘어가는 '머니무브'도 한 몫 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이 역대급 활황을 보이자, 은행에서 잠자고 있던 돈이 빠진 것이다.

지난 1월말 기준 4대 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495조2천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8천972억원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투자자 예탁금은 39조2천982억원 증가한 68조171억원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년 대비 대출 증가율이 10%에 육박하면서 지난 해 LCR이 다소 하락했다"라며 "대출 연장 규모를 줄이던지 회수에 집중하면 LCR을 금세 높일 수는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예금 감소세가 가팔라 진 것도 부차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 은행채 발행 압력↑…대출 금리 들썩인다

코로나19 대출 원금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까지 재연장된 만큼, 금융당국은 LCR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한 재연장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연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은행들로선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이 수익성만큼이나 신경을 쓰는 지표가 유동성인데, 단기간에 이를 개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은행들이 유동성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은행채' 발행이다. 예금도 자금 조달 창구이긴 하나, 대규모로 유치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금리를 얹어줘야 한다. 순이자마진(NIM)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은 좀처럼 택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이미 은행들은 서서히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은행채는 28조원이 발행됐다. 발행액 중 차환 발행분을 차감한 나머지인 순발행액은 5조8천500억원에 달한다.

지난 해 같은 기간 은행채 발행액이 18조5천300억원, 순발행액이 5천53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는 돌아오고 있고, 금융지원은 계속해야하니, 은행으로선 계속해서 자금 조달에 신경을 써야한다"라며 "은행채 순발행액이 늘었다는 건 차환 수요 외에도 은행들이 지금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채 발행 수요가 늘어나면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경쟁 과정에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31일 은행채 무보증 3년물(AAA)의 수익률은 민평 기준 1.163%였는데, 지난 달 26일 1.193%까지 올랐다.

변동금리 대출은 기준금리를 은행채 등 금융채나 코픽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변동 폭에 따라 이자도 달라진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가계대출 차주 중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이들의 비중은 전체의 70.1%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향후 대출 금리 변동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를 통해 모니터링을 당부했다.

윤 원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소상공인 등의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하는 한편, 부당한 대출 축소나 금리 인상 등이 없도록 지도해 달라"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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