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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건희 ②] "100년 삼성 만들라" 이재용 담금질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 개막…경영 불확실성 속 '뉴 삼성' 밑그림 그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삼성을 이끌어왔다. 이제 '삼성 100년'을 만드는 일은 이 부회장의 몫으로 남게 된 것이다.

삼성은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회장이 1938년 3월 1일 대구에서 시작한 '삼성상회'를 모태로 한다. 당시 청과물과 건어물을 팔았던 삼성상회는 1951년 삼성물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1987년 총수에 오른 이건희 회장이 창립 50주년이 되던 1988년 3월 22일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3월 22일을 창립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삼성은 1953년 제일제당을 세운 뒤 1960년대 금융, 1970년대 중화학, 1980년대 전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삼성의 '100년 기업'이 공식화된 건 2012년 11월 29일이다. 당시 삼성 임직원들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25주년 특별 사내방송(SBC)을 통해 '100년 삼성을 위하여'를 시청하며, 글로벌 기업에서 장수기업으로 진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공감하기 시작했다.

1987년 총수에 오른 이건희 회장이 창립 50주년이 되던 1988년 3월 22일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사진=삼성전자]
1987년 총수에 오른 이건희 회장이 창립 50주년이 되던 1988년 3월 22일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 역시 공식석상에서 줄곧 '100년 삼성'을 강조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1월 삼성그룹 신임 인원들과의 만찬에서 '100년 향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글로벌 정상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뒤부터 기념행사에 참석하거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는데,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며 '100년 기업'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며 '뉴 삼성'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용 반도체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등이라며 미래 기술 선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의 행보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메모리 반도체는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33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도 이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35조2천억 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하며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에 28조9천억 원, 디스플레이에 4조3천억 원 등을 집행할 예정으로, 지난해보다 8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며 '뉴 삼성'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며 '뉴 삼성'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분야에서 M&A가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1위 업체인 TSMC가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하며 삼성의 추격을 힘들게 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RM을, AMD는 자일링스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준법 경영' 역시 '뉴 삼성'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삼성의 준법경영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실제 올해 초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했고,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현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으로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당장은 '뉴 삼성'보다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음 달 9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의 공판기일이 진행되는데, 이 부회장은 이날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는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재판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을 선언한 만큼 그동안의 전통을 계승하되 변화를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법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끄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고인의 영결식에서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인 '승어부'를 언급하며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이 이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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