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미국 제재로 경영 악화에 빠진 화웨이가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 중국 업체가 물망에 오른 가운데 샤오미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만일 아너가 샤오미 품에 들어가게 될 경우 스마트폰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아너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너는 화웨이의 서브 브랜드로 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실용적인 제품을 출시해왔다. 연구개발과 부품조달은 물론 판매 유통망이 화웨이와 별도로 조직돼 매각에 어려움이 없다.
화웨이가 아너 매각을 고민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제재가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인해 반도체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량을 1억7천만 대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월 미국이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납품받을 수 없도록 제재한 당시의 전망치(1억9천만 대)보다 10.5% 낮아진 수치다.
사실상 내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가 비축한 칩셋을 모두 사용할 때쯤인 2021년 점유율이 4.2%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점유율이 15.1%로 예상되는데 1년 새 10% 이상 빠지는 셈이다.
화웨이는 아너를 매각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너가 매각될 경우 아너는 미국 제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아너가 화웨이로부터 독립하면 부품 구매 등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며 "화웨이와 아너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매각 금액을 37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차이나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고, TCL, 샤오미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샤오미의 인수 타진 여부다. 디지털차이나는 아너를 유통하는 업체, TCL은 중국 최대 TV 제조업체로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위인 샤오미가 아너를 인수할 경우 상위 제조사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11% 점유율로, 삼성전자(22%), 화웨이(16%), 애플(12%)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만일 아너를 인수할 경우 애플과 화웨이를 제칠 가능성도 있다. 아너는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 중 4분의 1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가 46% 점유율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비보(16%), 오포(15%), 애플(9%), 샤오미(9%)가 뒤를 잇는 구조다. 샤오미가 아너를 인수하게 될 경우 화웨이 공백에 따른 반사이익과 함께 점유율을 빠르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내년에 점유율 4%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미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태"라며 "만일 아너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점유율 변동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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