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신임 회장을 선임하면서 3세 경영 시대를 개막했다. 정 신임 회장은 지난 2년간 이미 회장 역할을 수행해온 '준비된 총수'로 불린다. 그동안 회장 승진을 고사해오다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감 확산으로 결국 등판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각 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 기아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아 왔다.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현대차 부회장 재임 기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맞서 성장을 이끌었으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키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2년여 기간 동안에는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며 현대차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물론 그룹 고위 임원들도 회장 승진을 권유해왔지만 정 회장 스스로 고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부회장 상태에서도 총수 역할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고, 미래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회장 승진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친환경차·미래모빌리티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 회장은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가속화했다. 티셔츠와 청바지 등 자율복장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특유의 '군대 문화'도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 불모지인 한국에서 현대자동차를 만들고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로 성장시킨 선대 회장들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안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에게 총수자리를 넘겨준 정몽구 회장은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고,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 체제를 통한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정 회장에게 엄중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혁신 주도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인류의 삶과 행복에 기여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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