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가 고객들에게 설명한 투자 설명서와 다르게 자금이 운용돼 사기 판매 의혹이 불거졌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의원실이 입수한 삼일회계법인의 현지실사 보고서를 시민사회단체인 금융정의연대가 함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투자 상품 설명서에 등장하지 않은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제3의 회사에 수수료 4%의 높은 보수를 주도록 설계 운용된 것이 확인됐다.
하나은행이 현지 실사로 이를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그대로 알리지 않아 문제를 축소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헬스케어펀드는 원래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이 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지방정부에 청구하는 구조다.
그런데 투자설명서와 달리 한남어드바이저스가 이탈리아 현지 운용사를 연결시켜주는 연결 고리 역할로 약 4%에 해당하는 판매수수료를 지불했다.
판매사인 하나은행의 수수료가 1.2%, 국내 자산운용사의 수수료가 0.16%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수료를 지불했다는 지적이다.
또 헬스케어펀드는 국내에서 모집된 자금들로 신규 채권을 떠 안는 방식으로 '폰지' 사기가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헬스케어펀드의 만기는 25~37개월이지만 6~7년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들이 섞여 있었고 이마저도 시장 할인율(15~25%)보다 높은 가격(평균 할인율 7~8%)에 사들였다.
당초 이탈리아 진료비 매출채권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ESC그룹이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한다고 돼 있던 설명과 달리 ESC그룹은 사실상 역할을 하지 않았다.
대신 CBIM과 한남어드바이저스가 불량채권 매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의원은 이같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손실이 전제됐을 가능성이 제기하면서 불완전 판매가 아닌 애당초 투자자를 기망한 사기 판매 의혹을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 시장으로 투자되는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와 내부통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의 성격이 짙다"며 "투자설명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남어드비이저라는 제3의 회사를 만들고 조세회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SPV를 설립하는 등 투자자들의 손실을 전제해서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은행 직원이 해당 펀드를 기획하고 판매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진행 예정인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해당 펀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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