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2차전지 대장주 LG화학의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핵심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물적분할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LG화학은 올해 들어서만 131% 폭등했는데 이 중 8할 이상은 배터리 성장성 덕분이란 게 그간 시장의 주된 평가였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오후 1시 현재 전 거래일 대비 8.15%(5만6천원) 떨어진 63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5% 급락한데 이어 이날 장 초반 2%대 약세를 나타내다 '물적분할'까지 확정되자 이틀새 주가가 13% 이상 빠졌다. 이 시각 거래량 또한 217만7천주에 육박하며 전일 거래량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 3일 장중 77만4천원까지 치솟으며 80만원도 넘보던 주가는 이날 63만원대로 떨어지며 한 달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주가가 급격하게 빠지면서 3~4위를 오가던 시가총액 순위도 5위로 떨어졌다. 시장의 실망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화학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분사해 오는 12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신설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분할방식은 신설법인을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동학개미'는 그간 LG화학의 배터리 성장성에 베팅한 대표적인 매수 주체였기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주 의견 반영없이 핵심사업인 배터리를 분사할 경우 피해가 막심할 것이란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화학이 아닌 배터리를 믿고 투자했는데 이렇게 일언반구 없이 알짜만 쏙 빼가겠단 것은 기존 주주들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개인 투자자는 "배터리 없는 LG화학은 '팥소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며 "배터리의 미래가치에 투자한 주주들의 손실을 회사는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적분할에선 기존 주주가 분사한 새 배터리 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분할비율 만큼 나눠받을 수 있지만, 물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가 배터리 사업체 주식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배터리 수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분사되는 배터리사업 가치가 현재보다 높을지 여부와, 배터리 주식은 사고 모회사 주식은 팔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져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주주 입장에서는 선택적 매매를 통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직접보유와 이 신설법인의 빠른 상장에 따른 가치평가 정상화에 대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며 "다만 '기업가치 상승'이 최초의 투자포인트였을 것인 바 물적분할이 결론적으로 생존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귀결될 것인지만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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