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지난달 2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법인이 내놓는 물건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로 받아주는 양상이 돼 안타까움이 있다"고 발언했지만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했다.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2030세대의 아파트 '패닉 바잉(공황 구매)'과 관련해 '공급물량이 나올 때까지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역시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끊임 없이 쏟아낸 부동산 정책의 불신인 셈이다.
지금과 부동산 정책으로 집 가진자와 없는 자 모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신규 분양 물량과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집주인들의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보증부월세 형태의 물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김현미 장관은 서민 실수요자들을 위한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공황 구매에 나선 젊은 층이 폭증하자 '(3기 신도시, 유휴부지 개발 등)청약을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안타까움을 표한 것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서민들에게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하겠다는 부분은 두 팔 벌려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가 실수요자, 서민들에게 '영끌 안타깝다', '청약 물량을 기다려라', '매수를 잠시 보류해라' 등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 실수요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文정부 들어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정책 발표 이후 서울 대표 고가단지들의 상승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1~2년 새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대까지 폭등한 단지들도 많다. 동시에 대출 규제는 옥죄면서 최근 시장에서 소멸하고 있는 중저가 단지들까지 진입 장벽을 막아버리면서 정작 서민 실수요자들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규제뿐만 아니라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대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대책 발표때마다 제기됐으나, 지난달이 돼서야 생애최초, 신혼부부 등 구체적인 공급 대책이 거론됐다.
지난 8일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공급되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분양물량 24만 호 중 6만 호에 대해 사전 청약을 통해 조기 분양한다고 밝표했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민간분양 물량과 전세 물건이 줄어들고, 보증부월세로 전환되면서 월세 부담까지 과중되는 데 대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사실상 사전 청약에 돌입하게 되면 분양이 확정돼 공급 계획에만 의지할 일은 없어진다.
정부는 우선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내년 3만 호를 사전 청약을 통해 공급한다. 인천 계양 일부는 내년 7~8월, 남양주 왕숙2 일부는 9~10월, 남양주 왕숙 일부·부천 대장 일부·고양 창릉 일부·하남 교산 일부 등은 11~12월 사전청약이 실시된다.
다만, 지난 8·4 공급대책에 포함된 태릉CC는 2021년 상반기 교통 대책 수립 후, 과천청사 부지는 청사 이전계획 수립 후, 캠프킴은 미군반환 후 구체적인 사전 청약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체 공급 물량의 7.8%에 불과한 강남권(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등) 공급물량의 큰 그림 역시 나오지 않았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라는 좋은 패를 들고나왔음에도 서울과 과천 등 핵심 입지의 향후 일정은 제외됐다. 이들 핵심 지역에 생애최초, 신혼부부 등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토지 다지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수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토지 정화 작업이 필요한 부지에 아직 이전 논의도 마치지 못한 곳이 대다수다.
지난달 열린 국토위 회의에서 가점제인 현 청약제도를 통해서 30대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해 당첨이 어렵다는 지적에 김 장관은 "여러 가지 공급계획도 발표했고, 3기 신도시 조성 추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고만 해서 당장 실수요 서민의 주거환경과 살림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전청약과 같이 적극적이고 빠른 판단, 서민 실수요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토부는 23번째 대책을 강구해온 열정으로 차질없이 공급계획을 이행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다시 찾길 바란다. 그렇지 않을 땐 지금과 같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불신은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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