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최종 담판에 나선다. 업계에선 양측의 입장선회가 없는 이상 '노딜'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지난 20일에 진행된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 회동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진 바 있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아시아나 인수 관련 최종담판을 갖기로 했다. 이번 회동은 이 회장이 지난 20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제안한 것을 정 회장이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이로써 이들은 아시아나 인수 문제를 놓고 3차례 만나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에 진행된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 간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자 이 회장의 면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권순호 HDC현산 대표와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는 아시아나 재실사 등 M&A관련 과제에 의견을 교환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HDC현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와 항공업계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12주간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가 전제돼야만 수용할 수 있고 실사 범위도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회장과 정 회장의 회동에서도 핵심의제인 재실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진척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서는 범위 제한 없는 재실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를 인수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의 부실이 예상보다 큰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항공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올해 2분기 기준 부채가 12조8천400억원, 자본은 5천60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무려 2천291%에 달한다. 자본잠식도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18.62%에서 2분기 49.8%로 껑충 뛰었다.
HDC현산은 당초 2조1천억원 규모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부채비율 300%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조원으로는 기존 부채비율 2천291%에서 501.5%에 그치는 데다 부분자본잠식도 종식시킬 수 없다. 부채비율을 300%로 맞추기 위해선 총 3조7천여억원의 실탄이 필요하다.
물론 산은이 기존 입장을 접고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수용할 경우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시아나 인수가 자칫 HDC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HDC현산은 더욱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HDC현산이 거래파기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협상에 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제시할 당근이 영구채 전환, 기안자금 지원 등에 그칠 경우 협상은 결렬될 것"이라며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미 출구전략을 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