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건설이 올해 상반기 실적방어에 성공했지만, PF지급보증이 1년 만에 1조6천억원 증가해 총 3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자칫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올해 상반기 기준 시행사 등에 제공한 PF지급보증액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전자단기사채(ABSTB) 등 2조2천585억원 ▲기타 PF Loan 9천585억원 등 총 3조2천17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천60억원) 대비 2배로 늘었다.
현대건설의 PF 대출잔액에 대한 지급보증한도액은 3조5천701억원으로 90.1%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건설의 현금과 현금성자산(3조3천552억원)보다 많다. 현대건설은 시행사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발급받은 분양보증에 대한 연대보증(7조2천457억원)까지 포함할 경우 리스크는 더 커진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국내 대형 건설사 가운데 PF지급보증 제공에 신중하기로 알려진 곳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4년 이후로 PF지급보증액을 감축해 나갔고 2018년에는 1조5천억원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2019년부터 PF지급보증액을 늘리면서 올해 상반기 3조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시행사는 신용등급이 높은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발판으로 PF대출을 활용, 사업을 진행한다. 시공사는 시행사 도산 등 우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행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이나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에는 시공사 보증 능력을 웃도는 대출이 이뤄질 수 있고, 경기가 나빠지면 보증채무 특성상 사업부실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PF는 지난 2005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융사의 연쇄부실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PF대출은 당장의 부채로 기록되지 않지만, 우발채무로 존재하다가 비상 상황시 확정채무로 전환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유동화 시장의 경색으로 자칫 기업의 재무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대건설이 영업활동을 통한 높은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현금흐름도 개선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올해 상반기 운전자본은 1조2천764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110억원) 대비 36.5% 개선했다.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업활동에 사용되는 자금을 줄여나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동산 PF 대출 과정에서 건설사의 추가보증을 요구하는 등 시공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도 이같은 상황인데 중소 건설사들의 부실은 점점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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