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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나 한은혜' '호세 신상근' 등 200명 오페라 파워로 코로나 블루 날렸다


라벨라오페라단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 성황…팬데믹 극복 대한민국 응원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1. 소프라노 한은혜가 젊은 과부 노리나로 변신해 방에서 혼자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다. 몇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소설 속 기사의 연애 이야기가 시시하다. 그는 남자를 유혹하는 천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Quel guardo il cavaliere(그 눈빛이 기사의 마음을 사로잡아)’를 부른다. 도니제티 오페라 ‘돈 파스콸레’에 나오는 아리아다. 당돌한 ‘노리라 한은혜’는 화려한 벨칸토 기교를 선보이며 관객 마음을 훔친다. 애간장 녹이는 보이스는 심쿵하다. 운명에 순응하는 청순가련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는 연애비법에 모두들 귀를 쫑긋 세운다.---24일 ‘프로그램Ⅱ’ 공연 중에서

소프라노 한은혜와 바리톤 최병혁이 라벨라오페라단의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Let’s Enjoy the Opera)’에서 노래하고 있다.

#2. 막 감옥에서 풀려나온 돈 호세가 술집으로 카르멘을 찾아온다. 반갑게 그를 맞이한 카르멘은 매혹적인 춤과 노래로 잠시 꿀맛시간을 선사한다. 그 때 귀대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린다. 군인 신분인 그는 어쩔 수 없이 부대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테너 신상근이 호세가 되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흐르는 ‘La fleur que tu m’avais jetée(그대가 던진 이 꽃은)’을 노래한다. 예전에 광장에서 카르멘이 던져 주었던 꽃을 꺼내 보이며, 감옥에서 이 꽃이 큰 위안이 되었다며 마음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곡이다. ‘호세 신상근’이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며 애절한 러브송을 토해내자 곧 이어질 비극적 결말이 오버랩된다. 밀도 있는 신상근의 음성이 그래서 더 처절하다.---25일 ‘프로그램Ⅰ’ 공연 중에서

테너 신상근과 소프라노 이화영이 라벨라오페라단의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Let’s Enjoy the Opera)’에서 노래하고 있다.

‘오페라 파워’는 살아있었다. 한은혜와 신상근 등 톱클래스 성악가 32명이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와 중창을 선사해 팬데믹에 지친 대한민국을 위로했다. 힐링타임! 몇 개월째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람들을 오페라로 격려했다.

라벨라오페단은 지난 24일(금)부터 26일(일)까지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Let’s Enjoy the Opera)’ 공연을 펼쳤다. ‘힘내라 대한민국 오페라 갈라콘서트’라는 부제에 걸맞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음악회다.

라벨라오페단이 지난 24일(금)부터 26일(일)까지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Let’s Enjoy the Opera)’ 공연을 펼쳤다.

정상의 성악가들뿐만 아니라 40여명의 메트오페라합창단, 30여명의 브릴란떼어린이합창단, 60인조 오케스트라 라퓨즈플레이어즈그룹, 특별출연자 등 모두 200여명에 달하는 출연자들이 화려하고 풍성한 무대를 만들었다. 오페라 전문 지휘자 양진모의 탁월한 곡 해석과 안주은의 연출·해설을 곁들여 큰 즐거움을 안겨줬다.

특히 이번 공연은 3년째 촬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초 오페라 다큐멘터리 ‘오페라도 즐거워’의 카메라에 담겨 의미를 더했다.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제작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라벨라오페단이 지난 24일(금)부터 26일(일)까지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Let’s Enjoy the Opera)’ 공연을 펼쳤다.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는 두 개의 콘셉트로 진행돼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공연을 선택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믿고 보는 오페라단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라벨라오페라단의 섬세한 마음 씀씀이가 돋보였다.

우선 ‘프로그램Ⅰ’은 국내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며 사랑받고 있는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베르디 ‘리골레토’, 비제 ‘카르멘’ 등 4개의 오페라 명장면을 선보였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척척 해내는 만능 해결사 피가로가 된 바리톤 김원은 의기양양하게 ‘Largo al factotum(나는 마을의 1인자)’라고 소리쳤고, 로지나로 변신한 소프라노 이정은은 알마비바 백작을 그리워하며 ‘Una voce poco fa(방금 그 노래 소리는)’를 불렀다.

‘네모리노’ 테너 서필은 아디나의 눈물을 보고 드디어 ‘사랑의 묘약’이 효력을 나타낸 것으로 착각해 ‘Una frutiva lagrima(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읊조렸다. 또 바리톤 장성일은 사기꾼 약장수 둘카마라가 되어 ‘Udite, udite, o rustici(시골 양반들, 내 말 좀 들어봐요)’라며 떠벌렸다.

‘질다’ 소프라노 오미선은 천하의 바람둥이에게 속은 줄도 모르고 괄티에르 말데라는 말도 안되는 엉터리 이름을 떠올리며 ‘Caro nome(그리운 그 이름)’를 되새겼고, ‘만토바 공작’ 테너 이재식은 호시탐탐 새로운 여자를 유혹하며 ‘La donna e mibile(여자의 마음)’를 불렀다. 딸 질다를 잃어버린 ‘리골레토’ 바리톤 박경준은 분노에 치를 떨며 ‘Cortigiani, vil razza dannata(이 천벌 받을 놈들아)’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라벨라오페단의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Let’s Enjoy the Opera)’에서 노래하고 있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카르멘이 되어 ‘Habanera(하바네라)’로 팜프파탈 매력을 어필했고, ‘에스카미요’ 바리톤 장성일은 ‘Toreador(투우사의 노래)’를 연주했다. 신상근은 일명 ‘꽃노래’로 불리는 ‘La fleur que tu m’avais jetée(그대가 던진 이 꽃은)’을 불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로그램Ⅱ’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오페라 속 명곡을 한 자리에 모아 선보였다. 오페라 명곡 종합선물세트다. 소프라노 이다미는 ‘피가로의 결혼’에 흐르는 로지나의 아리아 ‘Dove sono i bei momenti(좋았던 시절은 어디로 갔나)를, 소프라노 김효주와 바리톤 이용찬은 ‘돈 조반니’의 ‘La ci darem la mano(연인이여, 그대의 손을 나에게)’를 불렀다.

한은혜는 ‘돈 파스콸레’의 ‘Quel guardo il cavaliere(그 눈빛이 기사의 마음을 사로잡아)’를 부른 뒤 바리톤 최병혁과 호흡을 맞춰 ‘Pronta io son(준비됐어요)’를 선보였다. 최병혁 또한 장성일과 듀엣으로 ‘Cheti cheti immantinente(조용히 조용히)’를 불렀다.

소프라노 고현아는 ‘아이다’의 ‘Ritorna vicitaror(이기고 돌아오라)’를, 장성일은 ‘라 트라비아타’의 ‘Di provenza il mar, il suol(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를, 테너 박기천은 ‘일 트로바토레’의 ‘Di quella pira(저 타오르는 불길)’을 들려줬다.

‘토스카’의 시그니처 아리아도 박수갈채를 받았다. 소프라노 이화영은 ‘Vissi d’arte, vissi d’amor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신상근은 ‘E lucevan le stele(별은 빛나건만)’을 불렀다.

스페셜 게스트 무대도 이어졌다. 팝페리나(Poperina:팝·오페라·오카리나 합성어)로 활동하고 있는 이예영은 ‘잔니 스키키’의 ‘O mio babbino caro(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연주했고, 조윤서 어린이는 ‘토스카’의 ‘El canto del pastor(목동의 노래)’로 세젤귀를 뽐냈다.

‘라보엠’의 명곡도 빠지지 않았다. 테너 김중일은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을, 소프라노 고현아는 ‘Si, mi chiamano Mimi(내 이름은 미미)’를 파리 청춘들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담아냈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라벨라오페단의 ‘레츠 인조이 디 오페라(Let’s Enjoy the Opera)’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기천, 김중일, 신상근의 스리 테너는 ‘투란도트’의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소프라노 강혜명은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Deh! Tu di un umile(저의 미천한 기도를 들어주소서)’를 불러 베테랑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밖에도 소프라노 최영신·강채원·홍선진·김아름·권현이, 메조소프라노 여정윤, 태너 원유대·김지민, 바리톤 박건우·고병준·이치훈·선승우 등이 ‘프로그램Ⅰ’ ‘프로그램Ⅱ’에 출연했다.

라퓨즈플레이어즈그룹은 베르디 ‘나부코’의 서곡을 멋지게 연주했고, 메트오페라합창단은 ‘나부코’의 ‘Va, pensiero sull’ali dorate(히브리 노예들의 합창)’과 ‘일 트로바토레’의 ‘Anvil chorus(대장간의 합창)’에서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합창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라벨라오페라단의 감동 공연은 계속 이어진다. 오는 9월 5~6일 창작오페라 ‘블랙 리코더’와 11월 28~29일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를 무대에 올린다.

/민병무 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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