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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렌트’ 최재림 “관객 동참 기대하며 무대 최대한 즐겨”


“콜린, 현재 가지고 있는 내 능력치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무대에서 배우들끼리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서 관객들이 최대한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최재림은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렌트’에 대해 “그 당시 중요했지만 조명하지 못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현재 전세계에 퍼진 코로나19 상황과 맞닿아있다”며 “개인적으로 봤을 때 거칠고 어지럽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배우들이 비슷한 매력을 다른 말로 빗댈 것 같다”며 “누구는 ‘음악이 너무 좋아’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구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너무 좋아’ 또는 ‘나도 저 안에서 뭔가를 분출하고 싶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신시컴퍼니]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렌트’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브로드웨이 천재 극작·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그와 친구들의 삶 속에 늘 존재했지만 사회적으로 터부시됐던 동성애·에이즈·마약 등의 이야기를 수면위로 드러냈다. 록·알앤비·탱고·발라드·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와 혼합해 오페레타 형식으로 완성했다.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12년간 총 5천123회 공연됐고 전세계 47개국 25개의 언어로 무대화되는 기록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최재림은 2009년 ‘렌트’의 콜린 역으로 데뷔했다. 콜린은 컴퓨터 천재로 대학강사이자 방랑하는 무정부주의자다. 엔젤과 만남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인물이다. 11년 만에 데뷔작 무대에 다시 오른 그는 여유가 넘쳤다.

캐릭터보다 작품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로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는 최재림은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질문이 시작되기도 전 “‘렌트’가 갖고 있는 날것의 느낌을 많이 살린 연출을 해서 개인적으로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매 답변마다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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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뮤지컬배우 최재림과의 일문일답.

- 이번에도 콜린으로 오디션을 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콜린을 했을 때는 다음에 또 ‘렌트’가 올라온다면 로저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번엔 한국 ‘렌트’ 20주년 공연인 만큼 ‘데뷔작에서 데뷔했을 때의 역할로 돌아간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어떻게 알을 깨고 나왔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당연히 로저도 마크도 탐나는 역할이고 베니도 잘할 자신이 있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뭘까 생각했을 때는 콜린이더라.”

- 작품을 대할 때 11년 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나.

“이번에 연기하는 콜린이 좀 더 무게가 실렸다고 해야 할까.(웃음) 25세 때 처음 이 작품을 했고 지금 36세니까. 최재림이란 사람 자체도 어른이 됐고 그만큼 작품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더라. 처음 했을 땐 리딩을 하면서 ‘신난다, 에너지가 폭발하네’ 이런 느낌이 셌고 이번엔 ‘로저·마크·미미·콜린·모린 얘들은 왜 이렇게 철없고 이기적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기만 생각할 수밖에 없을까’라는 측면으로 보니까 살날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더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거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이뤄야 되는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베니가 너무나 이해가 됐다. 정말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콜린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을 것 같다.

“모두가 조화롭게 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인물의 어른스러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콜린한테 엔젤과의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번에 앤디 연출과 얘기하면서 소스를 많이 받았다. 별로 남지 않은 삶에서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한없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 좋은 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지 않나.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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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린이 되기 위해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대본과 음악이 나한테 쉽게 주어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접근했다. 처음에 콜린이 강도를 당하고 엔젤과 만난다. 스물다섯 살 때는 보자마자 바로 사랑에 빠지고 ‘나한테 이런 사랑이 다가오다니’ 이런 식의 접근이었다면 지금은 엔젤이 되게 매력적인 사람이라 호감이 있고 마음이 가는데 억제를 많이 하려고 했다. 어쨌든 낯선 사람이고 쉽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니까 경계를 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콜린과 엔젤이 함께 부르는 넘버 ‘I'll Cover You’까지 진행되면서 마음을 많이 열고 ‘그렇다면 한발을 내디뎌볼까’ 하는 내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 상대 역할인 두 엔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호영 형은 장미꽃, 김지휘 형은 수국 같은 느낌이 있다. 둘 다 되게 예쁘고 화려한데 성격의 차이가 있다. 호영이 형은 사람 자체가 에너지 넘치고 화려하다. 지휘 형은 그보다 차분한 사람이다. 콜린을 대하는 사랑의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단순히 얘기하면 화려함과 향기로움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안드레스 세뇨르 주니어 협력연출과의 작업은 어땠나.

“역할에 맞게 배우들의 개성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서 작업을 했다. 그 인물로서 목표나 감정은 똑같지만 각 배우가 표현하는 느낌이 다를 수 있지 않나. 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더 증폭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앤디 연출이 ‘렌트’에선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앙상블 배우들한테 짧은 한마디라도 그게 주인공의 대사고 제일 중요한 대사니 앞으로 나서서 연기하라고 하셨다. 그러다보니까 관객들이 볼 때 어느 한곳으로 포커스를 두기가 어렵다. 무대 위에 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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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에너지가 좋은 배우들이라서 연습 때 재밌는 일이 많았을 것 같다.

“틈만 나면 입이 쉬지 않았다. 힘든 신을 하고 다들 힘든데 쉬는 시간에 그렇게 떠들고 장난치고 놀았다. 연습실이 차분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하루를 빼놓지 않고 장난치고 웃고. 연습시간이 좀 지연돼서 연출님이나 안무감독·무대감독이 ‘할게요’ 하면 3~4분 정도 스태프들을 웃기기 위해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배역으로 살았던 배우가 몇 명 있다.(웃음) 후배들이 많이 생겨서 선배노릇을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크게 들었던 연습이었다. 무대에서 서로가 힘낼 수 있게 좀 끌어주려고 노력도 하고 이들을 내 안에서 더 응원하게 됐다.”

- 첫 공연 소감이 궁금하다.

“오랜만의 공연이라 너무 좋았다.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옷을 먼지 털어 입은 느낌이랄까. 근데 몸에 살이 하나도 안 쪄서 잘 맞아 ‘나 관리 잘했네’ 이런 기분 있지 않나. 콜린으로 무대에 있을 때 진짜 내 옷을 입은 것 같아서 굉장히 편하고 좋다.”

- 매회 관객들의 호응이 뜨겁다.

“우리는 반응이 나오면 나올수록 좋다. 처음 프리뷰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공연이 로저가 기타를 들고 걸어 나와서 세팅을 하는 걸로 시작된다. 그때 내가 힘내자고 백스테이지에서 박수를 쳤는데 관객들이 따라서 환호를 해주셨다. 관객의 마음이 열려있다는 게 느껴졌다. ‘순간 벅차오르면 환성을 내지를 수도 박수를 칠 수도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았다. 대부분 공연이 암전돼야 박수가 나오지 않나. 프리뷰부터 어제까지 암전되기 전에 박수가 계속 나왔다. 어떻게 보면 관객들이 확실하게 공감을 하고 따라오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 공연 할 때마다 새롭고 잘 가고 있단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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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가장 닮은 캐릭터를 꼽자면.

“전반적으로 봤을 땐 콜린이 제일 많이 닮았다. 둥글둥글하고 포용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정확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맞닿아 있다. 베니도 많이 닮았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이성과 논리로 똘똘 뭉쳐있지 않나. 그러면서 친구들과의 의를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집요함 같은 게 비슷하다. 마크하고도 접점이 있다. 내가 감성보다는 이성이 많이 앞서있는 성격이어서 논리적으로 생각을 많이 한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일어났을 때 감정적으로 개입하기보다 방관자 모습이 나도 있다. 23세 때까진 로저와 많이 비슷했던 것 같다. 즉흥적이고 화도 많았는데 변하더라.”

-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산타페’ 신을 제일 좋아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신이 너무 편해졌다. 노래 자체도 그렇고. 설렁설렁한다는 게 아니라 되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그 신을 진짜 즐기는 것 같다. 내가 배우 경험을 많이 해봐서인지 현재 같이하고 있는 배우들이 아주 잘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넘버, 그 장면이 전혀 공연을 하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편하고 좋다. ‘산타페’는 마크가 길거리에서 촬영을 하다가 노숙자와 마찰이 생기자 콜린과 엔젤이 마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다. 산타페라는 지역 자체가 콜린한테 이상적인 공간이다.”

- 산타페처럼 본인에게 이상적인 공간은 어디인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분당 외곽의 전원주택에 전세로 살고 있다. 일을 끝내고 난 다음에 도시를 떠나서 조용한 곳으로 가는 여정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일단 있다. 지역 자체도 되게 조용하고, 생활공간으로 봤을 땐 작은 마당이 있고 산 근처라 주변에 녹색식물도 많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데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돌아와서 쉴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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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렌트’ 정신이라고 하더라.

“‘렌트’ 정신은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목적은 다르지만 어떤 어려움이나 장애물이 있을지언정 그걸 이겨내고 모든 열정을 쏟아서 살아가려고 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렌트’ 정신이다.”

- 본인의 ‘렌트’ 정신은 어떤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렌트’다. 이 공연을 끝까지 잘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자기관리를 하고 방역에 철저히 신경 쓰는 것, 그리고 돌아다니지 않고 집과 극장만 오가며 생활을 단순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 시기에 ‘렌트’를 봐야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지금 서로 교류하기가 힘들지 않나.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혼자 해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 시기라고 느껴진다. 사람이 혼자 모든 걸 하다보면 지친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도 많다. 그런데 우리 공연을 보시고 나면 분명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을지 힌트를 얻고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좀 느끼실 것 같다. 무대 위의 모든 역할들이 그걸 위해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충분히 그 마음을 얻고 가실 거라고 생각한다.”

[신시컴퍼니]

- 2018년에 이어 올해도 ‘킹키부츠’의 롤라로 관객과 만난다. 롤라와 ‘렌트’의 엔젤이 비슷한 면이 있다.

‘둘 다 드래그 퀸, 크로스 드레서고 굉장히 사랑이 넘치면서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일 큰 차이점이 있다면 엔젤은 극중 생을 마감하지만 롤라는 끝까지 행복하게 잘 산다 것이다. 비슷한 역할을 해봐서 엔젤이 더 쉽게 이해되고 더 빨리 그 인물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롤라도 두 번째로 만나는 거기 때문에 프로필 촬영장에서 기분이 남달랐다. 편하더라. 처음에 찍을 땐 ‘어떻게 해야 예쁘게 나오지’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롤라 자체가 예쁜 사람이니까 그냥 내가 즐기면 사진이 잘 나올 거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사진도 잘 나왔고 다시 한 번 무대 위에서 신명나게 즐길 생각을 하고 있다.“

-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연기로 대학원을 갔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연기의 정의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노래 부르는 기술만 가지고 뮤지컬을 시작했다. 2~3개 작품을 경험하고 나니까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3년에 대학원에 들어갔다. 너무나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모르고 하는 거랑 알고 하는 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능력이 안 돼도 해내려고 노력하는 자세와 내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을 하는 거란 생각이 생겼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계치에 대해서 많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모자란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에 대한방향도 대학원에서 많이 제시해줬다. 보는 눈이 약간 넓어지더라. 전에는 내 배역만 봤는데 이젠 동시에 다른 게 보인다.”

- 뮤지컬 외에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있나.

“연극은 항상 하고 싶다. ‘타지마할의 근위병’이라는 상업 연극을 한번 경험해봤고 대학원에서도 연극을 했는데 호흡의 형식이 뮤지컬과 다르다. 뮤지컬은 음악이라는 큰 흐름을 갖고 있는데 연극은 오로지 대본에 주어져있는 대사로서 진행이 되니까 굉장히 긴 호흡을 가지고 가야된다. 거기서 필요한 배우의 내구력이라든가 무대 위에서 견뎌내야 되는 인내심, 체력 등이 요구된다. 그런 걸 확실하게 꾸준히 느끼고 싶다. 드라마나 영화, 방송 등의 매체들에 대한 도전은 언제든지 열려있는데 작업방식이랑 환경 자체가 달라서 무대 일과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뮤지컬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양쪽 영역에 다 피해를 주는 거기 때문에 할 수 없고 계속 기회를 보고 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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