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주난을 겪는 해양플랜트사업부를 조선사업부로 통합하고 조선사업부를 부사장에서 사장급으로 격상한다. 동시에 임원도 20% 규모로 줄여 조직 슬림화를 통한 경영정상화에 나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7월1일부로 해양플랜트사업부를 조선사업부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해양플랜트사업부는 조선사업부 내 해양부문으로 축소된다. 통합조직은 지난달 말 조선사업대표로 취임한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이 맡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의 효율성 제고와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말 조선사업대표를 사장으로 격상시켜 생산·안전을 총괄토록 결정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선과 특수선을 건조하는 조선부문 ▲해양 유전 및 가스전 생산설비와 육상화공플랜트를 제작하는 해양플랜트부문 ▲선박용 엔진 및 발전설비 제품을 생산하는 엔진기계부문으로 나뉜다.
이번 조직 통폐합은 해양플랜트사업부문의 높은 고정비 지출로 경영난을 야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원유 시추 등 해양플랜트 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BEP)을 배럴당 60달러로 보고 있다.
현재 해양플랜트사업부는 사실상 일감이 고갈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10월, 4년 만에 해양플랜트 수주계약에 성공한 뒤로 지금까지 수주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당시 5천130억원 규모 미국 석유개발업체 엘로그와 킹스키(King`s quay)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FPS)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양 부문은 조선업계가 겪은 가장 뼈아픈 악재 중 하나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0년대 후반부터 계속된 고유가로 인해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2014년부터 유가가 30달러선으로 떨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발주가 끊겼고 이후 조선업계는 꾸준히 조직 슬림화 작업에 나서왔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해양플랜트 야드 가동을 중단하고 조직 축소와 함께 임원수 감축, 희망퇴직, 유급휴직, 조기정년 신청 등을 받았다. 지난해 200여명을 조선부문, 100여명을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로 전환배치하고 상선건조물량을 해양플랜트 야드로 옮겨와 유휴인력 발생을 막고 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엔진과 경영지원 등 전사적으로 조직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유사부서 간 통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도 동시에 실시한다. 이를 통해 전체 부서의 약 20%를 축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임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은 생존을 위한 위기극복이 가장 우선인 만큼, 모든 역량을 투입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다가오는 하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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