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객석에서 다른 배우가 하는 ‘차미’를 처음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좋았어요.”
작품을 개발하면서 늘 원캐스트로 참여한 유주혜와 강영석은 본공연 막이 오르고 객석에 나란히 앉아 다른 배우가 출연하는 ‘차미’를 보는 게 낯설기만 했다. 아울러 흐뭇한 웃음도 흘러나왔다.
강영석이 “누나가 공연 중에 옆에서 계속 ‘하하하하’ 그러고 있더라”고 하자 유주혜는 “애들이 너무 귀엽다”고 후배들을 칭찬했다.
뮤지컬 ‘차미’는 평범한 주인공 차미호와 그의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완벽한 자아 차미(@Cha_Me)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룬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의 조민형 작가와 최슬기 작곡가가 이 시대를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완벽한 내가 존재한다면, 그 존재가 나를 대신해 인생을 살아준다면 과연 좋을까’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박소영 연출이 합류해 내부리딩부터 두 차례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쳤다. 이지나 연출이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차미’를 선택하면서 지난달 14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 막을 올렸다.
유주혜는 함연지·이아진과 함께 ‘차미호’를 연기한다. 미호는 소심하고 자존감 낮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취업준비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정신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온라인 SNS에서는 완벽한 존재를 꿈꾼다.
강영석은 외모·배경·실력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지만, 삶을 지루해하며 늘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오진혁’ 역을 맡아 서경수·문성일·이무현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차미’ 역으로 이봄소리·정우연·이가은이, ‘김고대’ 역으로 최성원·안지환·황순종이 출연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퇴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유주혜와 강영석은 ‘차미’라는 창작뮤지컬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놨다. 오랜 시간 작업한 만큼 나눌 얘기도 많았다.
다음은 배우 유주혜·강영석과의 일문일답.
- 3년 이상 함께 한 작품이라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강영석 “이런 밝은 공연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공연을 하게 돼서 행복하고 롱런하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고 싶다.”
유주혜 “이번에 같이 하는 친구들이 나이도 어리고 신인배우가 많다. 그래서 이게 잘 돼서 많은 신인들이 배출되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 캐릭터들이 다 매력이 있다.”
강영석 “보여줄게 많은 공연이라 신인 등용문으로서 장점이 충분하다.”
- 초연을 준비하면서 트라이아웃과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유주혜 “미호는 트라이아웃 리부트 버전에서 차미랑 ‘누가 더 하트를 많이 받나’ 하는 하트 배틀이 있었다. 이번엔 그게 빠졌다. 미호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거기에 반하는 차미의 감정선까지 들어간다. 오히려 쇼적인 부분이 빠지고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식으로 가서 매끄러워지고 깊어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4명의 관계성이 훨씬 잘 붙은 것 같다.”
강영석 “진혁이는 처음 트라이아웃 할 때랑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멀티 역할을 하는 앙상블이 빠지면서 춤도 많이 추고 랩도 한다는 거? 춤이 굵고 세서 힘들다.”
- 6인극에서 4인극이 되면서 해야 될 역할도 늘었다.
강영석 “그렇다. 장면들도 생기고 오프닝과 ‘헤이 헤이 헤이’가 바뀌었다.”
유주혜 “원래 오프닝에 멀티 둘이 같이 나와서 SNS 속에서 소통하는 친구들 역할을 했다. 근데 이제는 오롯이 혼자서 영상과 함께 놀고 중간중간에 살짝살짝 나온다. 해왔던 게 있으니까 처음 런 스루를 했을 때 ‘생각보다 너무 힘든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 두 명 빠진 게 이렇게 크게 느껴질지 몰랐다.”
강영석 “동선도 늘어서 더 힘들 것이다. 그땐 침대에 앉아있으면 알아서 옮겨줬지 않나.”
유주혜 “맞다. 그땐 자동으로 됐는데. 구성이 짜임새 있게 잘 되지 않았나 싶다. 할 일도 많아졌고.(웃음)”
강영석 “할 일이 엄청 많아졌다.”
-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강영석 “장면이나 설정이 재밌는 게 많아서 분위기가 유쾌했던 것 같다. 이 역할을 혼자서만 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지 않나. 그 사람들 것도 보게 돼 좋았다. 진짜 이상한 형 두 명이 들어와서 너무 재밌었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구나’ 이렇게 생각했다.(웃음)”
유주혜 “영석이 말대로 우리는 몇 년 동안 원캐스트로만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이 캐릭터를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되게 새로웠다. 도전도 됐고 재밌고 자극이 됐다. 아주 좋았다.”
- 이상한 형 두 명은 어떤가.
강영석 “워낙 잘하는 형들이라 ‘나보다 더 잘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둘 다 보통이 아니다.”
유주혜 “셋 다 매력이 다르다. 처음 시작할 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긴 했는데 각자 매력이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강영석 “성일이 형은 조금 얄미운 진혁이고 경수 형은 보고 있으면 이상한 사람이고.(웃음)”
유주혜 “맞다. 영석인 그냥 돌아이.(웃음) 역시 3~4년 했다고 다르긴 하더라.”
- 랩이 추가돼서 힘들지 않나.강영석 “랩이 길지가 않아서 별로 안 힘들다.”
유주혜 “(영석이가) 랩을 되게 잘한다.”
- 누가 제일 랩을 잘하나.
강영석 “난 순종이가 잘하는 것 같더라. 어리고 힙합을 좋아하니까.”
유주혜 “아! 걔 비와이 음악 들으면서 행복해한다고 했다.”
-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유주혜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많이 수정될지 몰랐다.”
강영석 “처음 대본을 받고 상견례 할 때 읽으면서 진짜 놀랐다.”
유주혜 “우리는 했던 대사랑 가사가 입에 붙은 게 있지 않나.”
강영석 “나는 근데 거의 그대로다.”
유주혜 “나는 꽤 많이 바뀌어서 원래 가사와 대사를 잊고 다시 그걸 익히는 게 힘들긴 했다. 좀 헷갈렸는데 이제는 괜찮다.”
-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유주혜 “연지가 연습실에 전자레인지도 들여놓고 컵밥·컵라면·죽을 엄청 많이 들여놔줘서 다 같이 먹고 연습하고 또 먹었다. 다양한 종류를 맛볼 수 있었다.”
강영석 “맛 평가도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
유주혜 “같이 먹고 연습하다보니까 많은 시간을 공유해서 그런지 다른 연습 때보다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또 하나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성일이가 키우는 강아지 호일이가 연습실에 놀러온 적이 있다. 나는 고든이와 래빗이라는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집사다. 호일이를 보니 강아지는 고양이랑 다른 매력이 있더라. 음악 연습을 하는 내내 얌전히 앉아 있다가 댄스 연습 때는 쫄래쫄래 따라와서는 성일이를 지켜보는데 귀여웠다. 연습실 내에서 인기쟁이였다.”
-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떤 매력에 끌렸나.
유주혜 “처음 할 때가 4년 전이었으니까 미호가 나랑 되게 닮은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의외로 겁도 많고 소심한 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닮았다. 리딩과 트라이아웃을 위해 연습하고 몇 번 안 되는 공연을 올리면서 스스로 좀 힐링을 받았다. 미호가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 내가 연기를 하는 거지만 미호가 다시 힘을 얻는 과정이 나한테도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미호라는 캐릭터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강영석 “진혁이, 매력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지 않나. 힘을 줬다가 뺐다가 하는 걸 많이 넣었는데 항상 연기할 때 그런 게 재밌더라. 사실 분석 이런 게 없는 캐릭터다. 그냥 머리에서 안 나오고 척수에서 나오는 걸 많이 만들어놔서. ‘어? 고개를 숙이고 있네, 뛰어 넘어볼까’ 이런 식으로.(웃음) 넘어지는 게 너무 많은데 넘어질 때도 그냥 안 넘어진다. 다른 공연에선 ‘여기서 왜 넘어져야 되죠?’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지 않나.(웃음) 마음은 넘어지고 싶지 않은데 웃기려고 넘어진다. 이유는 없다. 그냥 부딪쳤으니까 넘어지는 거다. 뭔가 원초적인 것들을 많이 해야 되는 캐릭터다. 근데 또 너무 과해지면 안 되니까 조율하는 게 좀 힘든 것 같다.”
- 캐릭터를 만들어오면서 반영된 의견들도 있을 것 같다.강영석 “약간 몸을 위험하게 쓰는 것들? 사실 진혁이 그렇게까지 과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고대와 처음 부딪치는 것도 엄청 멀리 날아간다. 트라이아웃 땐 런웨이 무대였는데 내가 ‘여기서 부딪쳐서 저쪽 끝에서 넘어질게요’라고 했다. 처음에 왜 그렇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2017년도라서.”
유주혜 “더 어려서 체력이 좋았나보다.”
강영석 “더 웃기려고 했던 것 같다. 재밌게 하려고.”
유주혜 “나 같은 경우는 이번 미호 의상에 캥거루처럼 주머니가 있는데 내 평상복에서 착안한 것이다. 내가 연습실에 주머니가 앞에 달린 옷을 한번 입고 간 적이 있다. 주머니에서 소품을 꺼내니까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미호가 주머니를 이렇게 달면 어떻겠느냐’라고 연출님이랑 같이 얘기해서 픽스가 됐다. 그런 것들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강영석 “나는 연습실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장난을 많이 쳤는데 재밌게 하려고 시도한 것들이 다 무대로 올라갔다. 장난으로 했는데 좋다고 하셔서 ‘진짜요?’라고 했다.(웃음)”
- 어떤 게 있나.
강영석 “진혁이 첫 등장에서 미호를 뜀틀처럼 넘는 것도 그렇고 그냥 했는데 픽스된 게 많다. 최근에는 공연마다 고대별로 애드리브를 다르게 하고 있다. 관객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아 오늘 해냈다’ 싶어 정말 뿌듯하다. ‘오늘은 뭘 할까’ ‘어떤 걸 해볼까’ 하고 공연 전에 서로 연구하고 고민한다.”
유주혜 “‘감독님 뭐 해 주세요’ 이렇게 하는 것도 작년 트라이아웃 리허설 때 영석이가 했던 건데 대사화됐다.”
- 걸음걸이도 본인 아이디어인가.
강영석 “그건 안무선생님께서 짜줬는데 내가 ‘나오는 내내 이렇게 할게요’ 한 거다. 그런데 이번엔 좀 뺐다. 이동해야 되는 동선이 너무 길다.(웃음)”
- 유주혜의 미호는 뭐가 다른가.
유주혜 “그냥 똑같은 것 같은데. 가장 위축돼있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옛날부터 굉장히 소심해져있는 걸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 진혁들끼리 더 과장된 표현을 하려고 경쟁하진 않나.
강영석 “그런 건 있다. 형들이 하는 거 보고 ‘저거 괜찮은데’ 해서 나중에 써먹기도 하고 형들도 내가 한 것 중에 괜찮은 게 있으면 ‘나 한다’ 하고.”
유주혜 “내가 옆에서 봤을 땐 영석이가 제일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것 같다.”
강영석 “나는 진혁이란 캐릭터를 형들보다 더 많이 만났지 않나. 이 시스템을 아니까 내가 좀 열어놔야지 형들도 막 던져서 뭐가 나올 것 같으니까 처음엔 더 적극적으로 했다.”
- 실제 성격과 캐릭터의 닮은 점이 있나.강영석 “현실의 나랑은 많이 다르다. 특이한 캐릭터지 않나. 대본에 이미 그렇게 나와 있어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을 했다.”
유주혜 “진짜로?”
강영석 “‘뭐 이런 역할이 다 있지’ 정말 이랬다. 재미있는 거 좋아하니까 병맛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긴 거다.”
유주혜 “근데 내가 봤을 때는 거의 그냥 영석이가 올라가있는 게 아닌가.(웃음)”
강영석 “내가 처음 할 때 이상한 걸 많이 만들어놔서 그렇다.”
유주혜 “되게 당당하고 남 의식 별로 안 하고 뻔뻔함도 닮았다. 그리고 영석이가 여린 구석이 있어가지고.”
강영석 “고대 같은 남자다.”
유주혜 “아주 매력적이다. 배우 하기에 참 좋은 조건들을 갖췄다.”
강영석 “주혜 누나는 대학로 4대 배우인데 내가 장난으로 불쌍한 역할 전문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엄청 밝다. 잘 소화해내니까 ‘관객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 이걸 알려야 되는데.(웃음) 밝고 당당한 사람이 불쌍한 척하고 다닌다고 장난을 친다.”
유주혜“그렇더라.”
- 두 사람의 호흡은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다.유주혜“우리가 만나는 장면이 별로 없다.”
강영석 “처음이랑 마지막 딱 두 번 만난다.”
-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강영석 “나는 고대랑 하는 연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지환이랑은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다. 리허설도 한번 해봤는데 지환이 첫 런이라 정신없을 때였다. 성원이 형은 아무리 많이 쉬었다지만 너무 프로 배우다. 순종이는 목소리가 되게 좋고 연기도 귀엽게 잘한다. 멋있는 척을 하는데 그게 귀엽다.”
유주혜 “나는 차미랑 고대랑 많이 붙는데 다 너무 다르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같이 교류를 할 때마다 재밌다. 내 마음속 영원한 차미는 김보경 언니긴 하지만 같이 하는 친구들도 내 마음속에 있다. 너무너무 잘하고 매력 있고 통통 튀고 귀엽고 멋있다.”
- 노래가 어렵진 않나.강영석 “어렵다. 혼자 주구장창 연습했다. 뮤지컬은 애증의 관계다.”
유주혜 “우리 넘버가 다 어렵긴 하다. 작곡가님이 되게 섬세하게 곡을 쓰셨다.”
강영석 “그리고 춤추면서 부르기가 너무 힘들다.”
- 추가된 넘버도 꽤 있더라.
유주혜 “새로 추가된 곡이 4~5곡 정도 되는 것 같다. 고대가 솔로로 부르는 거 하나 추가됐고 ‘헤이 헤이 헤이’에서 고대랑 진혁이 둘이 랩하는 것도 있다.”
강영석 “‘헤이 헤이 헤이’ 리프라이즈가 원래 있긴 했는데 많이 바뀌었다.”
- 춤도 많아져서 배우들이 힘들어했다고 들었다.
강영석 “춤도 박자를 많이 쪼개놓으셨더라. 숨이 찰 수밖에 없게 만들어졌다. 무대가 삼면이라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또 밖에 갔다가 안에 갔다가 해야 돼서 정신이 없긴 하다. 동선이 어렵진 않은데 관객한테 열어주고 조명 맞추는 게 어렵다. 무대가 삐뚤빼뚤 돼 있어서 극장 처음 왔을 때 힘들더라. 처음에 그걸 많이 신경 썼다.”
유주혜 “우리 공연 춤 콘셉트가 보깅이다.”
강영석 “선을 예쁘게 강조하는 춤.”
유주혜 “미호는 춤이 별로 없는데 차미·진혁·고대들은 연습을 엄청나게 했다. 나중에는 춤을 한 다음에 노래를 풀로 하는 연습을 계속 하더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느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걸 놓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해서 ‘대단하다’ 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하고. 안무시간에 미호들은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강영석 “마음만 가지고 있더라.”
- 배우생활을 하면서 극중 미호처럼 자아를 찾았던 시기가 있나.유주혜 “지금 생각해보면 몇 번 나뉘는 것 같긴 하다. 2011년에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3개월 내내 했다. 공연 중에 에너지를 계속 분출하지 않나. 욕도 하고 사회와 어른들을 향해서 엄청 열을 내는데 그때 ‘내가 많이 눌린 상태로 살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게 약간 착한아이 콤플렉스 같은 게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자아를 찾았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살짝 과정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더 큰 역할들을 맡으면서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해야 되니까 책임감도 커졌다. 나랑 캐릭터랑 접점을 계속 찾으려고 하면서 나를 많이 발견한 게 있었던 것 같다.”
강영석 “나는 작품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만 뭐든 다 재밌게 하는 것 같다. 너무 낙천적이라서 그런가.”
- 내 인생의 SNS는 어떤 역할을 하나.
강영석 “보기는 많이 보는데 자주 하진 않는다. 따분한 일상을 채워주는 정도인 것 같다. 알리고 싶을 때 알릴 수 있는 용도도 된다.”
유주혜 “나도 많이 안 하는 편이다. 나는 팬카페가 없어서 소식을 전하거나 알려야 될 일이 있으면 올린다. 개인적인 사생활 같은 건 많이 안 올린다.”
- SNS와 무대도 비슷한 면이 있다. 무대 아래 평범한 나는 어떤 모습인가.유주혜 “집에 오면 나도 엄청 평범하다. 밥 해서 먹고 고양이 두 마리랑 노는 거 좋아하고, 특별히 하는 거라곤 뜨개질을 취미로 하는 정도다. 바깥에서 공연하고 되게 활동적이니까 오히려 집에 있는 걸 점점 좋아하게 되는 것도 같다.”
강영석 “난 요새 집에서 게임만 한다. 게임하면서 화도 내고 그런 게 평범한 모습이 아닐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도 그렇고 밖에 안 나가니까 점점 안 나가게 되더라. 술자리를 좋아했는데 요즘 그러지 못한다. 집돌이가 된 제일 큰 원인은 집이 분당으로 이사를 가서 귀찮아서 못 나간다.”
- 현재 내 청춘에 만족하나.
유주혜 “만족한다. 너무 감사하다. 근데 청춘은 아닌 것 같다. 옛날엔 진짜 열정이 어마어마했다. 요즘은 확실히 그런 건 조금 줄어든 것 같긴 하다. 예전엔 무대 위에서도 열정으로 막 다 했다면 이젠 안 써도 되는 부분에선 굳이 안 하려고 하고.”
강영석 “나는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안 쉬었나’ 싶은 생각이 요즘 들기도 한다.”
유주혜 “좀 쉬어야 된다.”
강영석 “쉬면 좀 달라지나?”
유주혜 “달라진다.”
강영석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뭐 들어오면 또 하고 싶어지고 그렇더라.”
유주혜 “공연 기간이 3개월 정도 된다. 배역도 트리플이니까 매 공연 어색하지 않게 잘 만들어가고 싶다. 다른 친구들도 다 잘해주고 있는 부분이지만 다른 역할의 친구들과 잘 맞춰서 조합별로 계속 좋은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 개성과 매력이 다 다르니까 그것이 잘 조화롭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영석 “더 웃기고 싶다. 멈추면 안 될 것 같다. 어찌됐든 우리는 코미디니까 이건 좀 욕심이 난다. 사람들을 웃기는 게 어렵지 않나. 했는데 관객들이 안 웃으시는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극을 생각 안 하고 자꾸 웃기려고만 한다. 객석에서 사람들이 웃었을 때의 개그맨들의 그 마음을 이런 걸 하면 알게 된다.”
유주혜 “나도 집에서 한번도 안 보던 ‘코미디 빅리그’를 보고 있다. 희열이 있다. 관객들이 웃으면 기분이 너무 좋다. 빵 터지면 마음속으로 ‘성공’이라고 외친다.”
-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예비관객을 위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
강영석 “교훈을 ‘이래야만 합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전하지 않는다. 툭 던지고 웃긴 걸로 감싸놓았다. 왜 그런지 생각하면서 볼 필요 없이 편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유주혜 “웃기면 웃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 뮤지컬 ‘또! 오해영’에도 출연 중이다. 소개 좀 해 달라.유주혜 “미호는 나이대가 27세면 해영이는 32세 정도다. 내가 나이가 있으니까 오히려 연기할 때 편한 부분은 있다.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연기하고 있다. 어려운 점이라면 거기서는 에너지를 많이 내야 된다는 거다. 해영이는 애써 더 밝게 에너지를 내서 더 웃고 뛰어다니고 더 얘기하면서 그런 걸로 슬픔을 잊어보려고 하는 캐릭터다. 미호랑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비슷할 순 있는데 표현하는 방식이 정반대여서 두 작품 다 재밌다.”
- 6월부터 ‘가이 베넷’ 역으로 연극 ‘어나더 컨트리’ 무대에 오른다.
강영석 “작년에 데비니쉬 역을 하면서 가이 베넷을 해보고 싶긴 했다. 근데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 재밌을 것 같다. 어떻게 나올지는 솔직히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연습을 해봐야 알겠지만 선을 지키면서 많이 찾아내야 된다. 초연 때도 3명이 완전 달랐는데 이번에도 많이 다를 것 같다. 이번주에 연습을 시작했다.”
- 코로나19를 다 같이 잘 극복하자는 응원의 메시지 부탁한다.강영석 “이제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삶이 일상이 됐다. 공연을 꼭 보러 오라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힘드시다면, 그 힘든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싶으시다면 뮤지컬 ‘차미’ 어떠신지.”
유주혜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럴 때일수록 지친 마음을 잘 달랠 수 있으면 좋겠다. 힘내고 다 같이 건강해져서 더 편하게 바깥생활도 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나도 너무너무 마스크를 벗고 싶다.”
강영석 “이 작품 모니터를 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봤는데 너무 힘들더라. 귀도 아프고. 그런 힘듦을 무릅쓰고 공연을 보시는 관객들 모두 고생이 많으시다.”
-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강영석 “‘뭘 해야지’ 이런 목표는 없고 일을 끊임없이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요새 일을 많이 해서 좋다. 실직하지 않는 게 바람이다.”
유주혜 “벌써 3분의 1이 지났더라. 이번 공연과 함께 여름까지 예정된 작품이 있어서 하는 작품들 건강하게 잘 했으면 좋겠다. 마음도 몸도 다 건강한 게 목표라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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