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확정했다. 오너일가가 사재출연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정작 이들의 보유자산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이 가진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대금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불씨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두산그룹이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최종 자구안에 따르면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추진, 비핵심 자산 매각, 제반비용 축소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으로 조기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 대주주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출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배당 및 상여금을 받지 않고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대주주는 지난 3월 말 긴급운영자금 요청 시 채권단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이 보유한 두산그룹 계열사 주식의 99%가량이 이미 타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이들의 보유주식 가운데 선순위 담보로 잡은 것은 1%도 되지 않는다.
결국 오너일가는 두산솔루스 매각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만 실탄확보가 가능해진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 특수관계인 36명이 두산솔루스 지분 44.6% 가량을 지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산솔루스 경영권을 포함한 전체 지분매각 금액을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고통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오너일가가 사재출연으로 내놓을 자금이 '자사주 마법'을 통해 확보한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대금이라는 것이다. 앞서 (주)두산은 지난해 말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로 인적분할했다.
인적분할은 분할 신설되는 회사의 주식을 분할 존속회사의 주주들에게 지분율대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오너일가가 (주)두산 지분 47%를 확보한 만큼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지분도 47%를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 마법'이 이뤄졌다. 만일 물적분할 방식이었다면 오너일가 사재출연은 불가능할 뻔했다.
심지어 이들은 두산중공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액연봉과 배당을 챙겨갔다. 최근 3년간 대주주 배당이익이 무려 1천600억원에 달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급여와 상여 등 30억9천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배당소득까지 포함하면 95억원을 챙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보유하는 현금성자산이 부족하다 보니 배당 등을 통한 현금확보가 절실했을 것"이라며 "채권단도 이들의 고통분담 노력을 이해하고 자구안을 수용한 만큼 결국 이들의 어깨에 두산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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